2011년 1월부터 동시 추진하다 좌초
정부 “아직은 때가 아니다” 속도조절
한일 양국이 14일 가서명을 강행해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절차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민감 현안인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럴 경우 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대북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시 군수지원체계를 사실상 통합 운영할 수 있어 일본에 대한 군사적 쏠림 현상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일본과의 ACSA 체결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없다”며 아직은 공론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GSOMIA와 함께 ACSA 체결의 필요성을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GSOMIA를 이달 내 정식 체결하면 ACSA도 속전속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측은 “GSOMIA 다음 수순은 당연히 ACSA”라며 군불을 지피고 있다. 국방부는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 등과 GSOMIA를 체결한 후 1~3년 만에 일사천리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체결했다.
ACSA는 무기를 제외한 군수물자와, 수송을 비롯한 서비스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발발할 경우 주일미군을 자위대의 수송기에 태워 한반도에 투입하기 위한 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위대의 활동범위와 직결되기 때문에 GSOMIA와 함께 한일 군사협력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돼왔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통상 MLSA(Military Logistics Supporting Agreement)로 칭하지만, 일본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Military를 빼고 ACSA(Acquisition Crossing Supporting Agreement)라고 부른다.
한일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거치면서 두 협정 체결에 속도를 냈다. 국방부는 2011년 1월 10일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키타자와 토시미(北澤俊美) 방위대신간 회담을 마친 뒤 “평화유지활동(PKO), 인도적 지원, 재난구호활동, 해군간 수색ㆍ구조훈련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물자, 식량, 연료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상호군수지원협정에 대해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문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GSOMIA는 후순위로 거론됐다. ACSA의 필요성을 더 앞세웠던 것이다. 당시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GSOMIA와 ACSA는 한 세트나 다름없다”며 “두 협정이 효과를 내려면 함께 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2년 6월 GSOMIA가 밀실추진 논란으로 무산되면서 ACSA 논의도 중단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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