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전과에도 신변보호조치 없어
딸을 성추행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자녀와 못 만나게 된 대해 앙심을 품고 이혼한 전 아내를 찾아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 남성은 가정폭력 전과도 있었으나 경찰은 피해자가 희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변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16일 살인미수 혐의로 A(46)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7시 43분쯤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전 아내 B(43)씨의 머리를 흉기로 수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B씨를 기다리고 있다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후 달아났다가 약 1시간 뒤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B씨는 버스 정류장 인근에 쓰러져 있다가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의식은 없는 상태다.
A씨는 가족들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등 가정폭력 문제로 전 아내 B씨와 2년간 이혼 소송을 벌인 끝에 2014년 이혼한 뒤 작은 딸, 아들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큰 딸과 생활했다.
A씨는 작은 딸을 초등학생 시절 성추행 한 혐의로 지난 9월부터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임시조치 결정을 받아 자녀들에 대한 접근금지 등 조치를 했다. 그러나 B씨에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씨 가족들은 A씨가 자녀를 만나지 못하게 되고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자 홧김에 B씨를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 피해자인 B씨의 자녀에게는 임시조치를 했고 B씨에게도 임시조치나 신변보호제도에 대해 안내했지만 피해자가 아니고 본인이 희망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어 하지 못했다”며 “A씨와 가족들을 분리하기 위해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2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모두 기각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한 뒤 17일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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