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정 공백을 책임 질 국무총리를 서둘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거취가 하야와 탄핵소추에 모아지는 것과 맞물려 있다. 하야와 탄핵, 어느 경우이든 국정 혼란을 줄이기 위해 미리 총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승계 1순위인 황교안 총리에게 국정을 맡기기 어렵다는 야권의 시각도 총리 인선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5일 한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여야 3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통해 거국중립내각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다음 박 대통령의 거취가 결정돼야지, 지금 거취를 정하면 황 총리가 국정을 대행하는 ‘박근혜 내각’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정치권이 만나 콘클라베(교황 선출방식)로 총리 인선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과 3당 대표가 만나면 아주 좋은 분이 자연스레 선출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100만 촛불집회’ 이후 정국 수습책으로 힘을 얻고 있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위해서도 총리를 미리 뽑는 게 중요해졌다. ‘예고된 하야’를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론은 ‘박 대통령의 퇴진 선언→ 여야 합의 총리 추대→ 총리의 대통령 권한 대행과 과도내각 구성→ 조기대선 또는 개헌 후 대선 실시’로 이어진다. 갑작스런 하야로 인한 국정공백을 줄이기 위해 퇴진 일정을 공식화하고, 국회 주도로 향후 정치 일정을 관리하는 타협안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4일 새누리당 의원 공부모임인 ‘포용과 도전’ 주최 조찬 세미나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대로 질서 있는 하야를 해야 한다”면서 “모든 정당이 한시 바삐 연석회의를 열어 거국내각 총리를 합의해 결정하고 새 총리가 추천되면 대통령은 전권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이 탄핵, 하야를 하면 황 총리가 권한대행이 된다”면서 지금 정국에선 무엇보다 총리 교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인선 권한을 이양한 만큼 새 총리 선출은 정치권만 합의하면 가능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한대행 총리를 뽑는 문제가 꼬일 가능성은 있다. 새누리당 친박(박근혜)계는 박 대통령의 지위를 어느 정도 보장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야권 한 인사는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정리되면, 야권도 총리선출 협상에 나가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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