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 외압 주체 놓고 논란
김종 前 차관 압력성 전화 부인 속
尹 지인, “尹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화 받았다 말해” 폭로
윤 시장, “소설 같은 이야기” 일축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전시되지 못한 건 정부 외압 때문이었다는 윤장현 광주시장의 ‘뒤늦은 고백’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윤 시장이 자신에게 압력성 전화를 한 당사자로 밝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윤 시장과 전화한 사실을 강력 부인한 데 이어 윤 시장이 2년 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세월오월 문제로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는 윤 시장 지인의 폭로까지 나오면서 윤 시장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는 “부끄러운 고백일 뿐”이라며 윤 시장의 공개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 시장의 지인 A씨는 15일 “윤 시장이 2년 전 세월오월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는 이유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전화 때문이라는 얘기를 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8월 8일 밤 윤 시장이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홍 작가를 만나기로 했다고 해 윤 시장을 약속 장소까지 내 차량으로 데려다 줬다”며 “당시 차 안에서 윤 시장에게 왜 (세월오월의 전시)기조가 바뀌었느냐고 물었더니, 윤 시장이 ‘기춘대감(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대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윤 시장의 답변 속에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 무산 과정에서 김 전 비서실장의 외압이 있었음을 직감하고 윤 시장에게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이 같은 발언은 김 전 차관이 압력성 전화를 한 사실을 강력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김 전 차관과의 전화 통화가 전시 철회에 영향이 있었다”는 윤 시장의 고백을 놓고 신뢰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실제 윤 시장이 “2년 전 중국 출장 중에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데다, 최근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중 2014년 8월 8일자 메모에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조치 강구’라는 문구가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라는 표시와 함께 적혀 있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외압성 전화를 건 사람은 김 전 차관이 아니라 김 전 비서실장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문체부 2차관의 업무가 체육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문화분야인 걸개그림 전시를 놓고 윤 시장과 김 전 차관이 전화 통화를 했을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윤 시장은 “당시 김 전 차관과 전화 통화를 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참여자치21은 이날 이와 관련, “광주시의 ‘세월오월’ 전시 철회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 광주를, 광주시민을 부끄럽게 만든 사건”이라며 “이 정도의 압력에 굴복했던 시장이 총칼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은 광주시민의 대표라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맹비판했다.
윤 시장은 “2년 전 내가 (세월오월 전시 문제로)김 전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는 A씨의 주장은 소설 같은 이야기다. 청와대에서 연락 온 것은 없었다”며 “중국 출장을 다녀온 이후 홍 작가를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들과 만난 적은 있는데, A씨와 같이 만나러 갔는지도 정확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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