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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이 슈틸리케호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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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이 슈틸리케호 살렸다

입력
2016.11.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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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종료 5분 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자철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종료 5분 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슈틸리케호가 ‘지옥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이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한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후반 40분 구자철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3승1무1패(승점 10)로 우즈벡(3승2패ㆍ승점 9)을 끌어내리고 A조 2위를 탈환했다. 월드컵 본선을 향한 최대 고비에서 승점 3을 챙기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최종예선 10경기 중 반환점을 돈 가운데 안방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하겠다는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의 계획도 일단 유지됐다.

한국은 전반 24분 어이없는 실수로 선제골을 헌납했다.

중앙 수비수 김기희(27ㆍ상하이 선화)가 헤딩으로 골키퍼 김승규(26ㆍ빗셀 고베)에게 백 패스한 볼이 짧았다. 김승규가 허겁지겁 달려 나와 걷어냈지만 멀리 가지 못한 채 땅볼로 굴러갔고 중앙선 조금 앞에 있던 우즈벡의 마라트 비크마예프(30)가 오른발 중거리 로빙슛으로 첫 골을 터뜨렸다. 김기희의 패스도 어정쩡했고 김승규의 볼 처리도 좋지 못했다.

남태희가 0-1로 끌려가던 후반 21분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태희가 0-1로 끌려가던 후반 21분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 들어서도 동점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울 무렵 남태희(25ㆍ레퀴야)가 상대 골문을 열어젖혔다. 후반 21분 손흥민(24ㆍ토트넘)의 침투 패스를 박주호(29ㆍ도르트문트)가 왼쪽에서 크로스로 연결했고 남태희가 헤딩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마지막 해결사로는 구자철이 나섰다.

후반 40분 홍철(26ㆍ수원)의 크로스와 김신욱(28ㆍ전북)의 헤딩 패스에 이어 구자철이 왼발 강슛으로 우즈벡을 무너뜨렸다.

그 동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6번 만나 2무4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우즈벡은 이번 맞대결을 앞두고 전세기를 동원해 입국하는 등 비장한 각오로 임했지만 쓴 고배를 들었다.

구자철은 경기 뒤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넣어서 기쁘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 것이다”며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압박감을 이겨내고 승리를 따냈다”고 기뻐했다. 이어 “오늘 경기가 앞으로 5경기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가까스로 역전에는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 합격점을 주기는 힘들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에 이정협(25ㆍ울산)을 최전방에 놓고 손흥민과 구자철, 남태희,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을 중원에 배치했다. 미드필더와 포백 수비 사이에 ‘주장’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이 포진했다.

전반 초반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지만 좋은 찬스는 없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우리가 볼은 많이 소유하고도 날카로운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효율적이지 못한 축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수로 첫 실점을 한 뒤가 더 문제였다. 한국은 눈에 띄게 패스 미스가 많아졌다. 역습 때 좌우 측면 돌파도 이뤄지지 않았다. 허 부총재는 “일대일 돌파가 안 되면 이대일 패스 등 협력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교란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고 갸우뚱했다.

후반 들어 슈틸리케 감독은 ‘긴급 처방전’으로 이재성(24ㆍ전북)과 김신욱 카드를 뽑아 들었다. 후반 17분 지동원 대신 이재성, 후반 20분 이정협 대신 김신욱이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이후 잇달아 두 골이 터지며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가슴 시원한 승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은 내년 3월 23일 중국과 6차전 원정을 시작으로 다시 최종예선 일정을 시작한다.

한편, 이날은 슈틸리케 감독의 62번째 생일이었다. 안방에서 최악의 생일을 맞을 뻔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숨을 돌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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