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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대 서점 회장 “서점이 독자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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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대 서점 회장 “서점이 독자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입력
2016.11.1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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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 마사시 일본 기노쿠니야서점 회장은 11일 "서점을 찾는 독자가 점점 중러든다면 서점이 나서서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다카이 마사시 일본 기노쿠니야서점 회장은 11일 "서점을 찾는 독자가 점점 중러든다면 서점이 나서서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출판계 불황에도 점포 늘리고

이벤트 개최ㆍ책 상담사 고용

호황때보다 되레 매출 상승

“서점의 역할은 독자가 서점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제목이나 주요 내용만 보고 책을 구매하는 온라인서점과 달리 여러 책을 둘러보면서 직접 만져보고 느끼고 고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서점은 단지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책과 사람이 만나게 해주는 매혹적인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최대 서점 체인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 다카이 마사시(高井昌史ㆍ69) 사장 겸 회장은 11일 서울시청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시대가 바뀌어도 서점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27년 창업한 기노쿠니야 서점은 일본 국내에 68개, 해외에 29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다카이 회장은 46년 전 말단사원으로 이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해 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2008년부터 사장직을 맡아오다 올 초 회장까지 겸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 주최로 11일부터 이틀간 시청에서 열린 제1회 서울서점인대회에 연사로 초청돼 이날 ‘서점 환경의 변화와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출판대국인 일본도 최근 20년간 줄곧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카이 회장은 “인구의 고령화로 책을 소비하는 젊은 층이 줄어드는 데다 게임과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젊은 독자들이 책에서 많이 멀어졌다”며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으로 인해 문 닫는 서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서점업계의 현실은 구체적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다카이 회장은 “일본 출판업계 매출액이 1996년 2조6,000억엔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매년 평균 3%씩 매출액이 감소해 지난해 1조5,000억엔까지 떨어졌다”며 “출판사는 1997년 4,612개사에서 2014년 3,534개사로, 서점 수는 1999년 2만2,296개에서 2015년 1만3,488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출판업계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노쿠니야 서점의 연간 국내 매출액은 1996년 1,070억엔에서 2015년 1,086억엔으로 오히려 늘었다. 그는 “서점 자체 매출은 조금 줄어들었는데 정부나 대학, 기관 등에 납품한 전문서적 매출이 늘었고 외국어서적과 잡지 부문 수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카이 회장은 서점을 찾는 독자 수가 줄어들자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 나섰다. 20년 전 37개였던 점포 수를 68개로 늘렸고 저자 사인회 같은 이벤트를 자주 개최하고 책 상담자 역할을 해주는 ‘콘시어지’를 각 서점에 배치했다. 출판사를 차리진 않았지만 좋은 저자를 발굴해 책을 출판하는 일도 하고 있고, 일부 서점에는 카페를 열어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는 “독자를 서점에 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카이 회장은 지난해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 15만권 중 90%를 사들이는 실험적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도매상에게 책을 받아 반품을 조건으로 판매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재고가 쌓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출판사와 직접 계약해 사들인 뒤 일부는 직접 판매하고 나머지는 다른 서점에 공급했다. 인터넷서점으로 공급될 물량을 거의 남기지 않고 사들여 독자를 서점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다카이 회장은 “재고는 5,000여권 정도만 남을 정도로 거의 다 팔렸다”며 “독자들을 서점에 오게 하는 효과도 있었고 방송과 신문 등에 보도되면서 마케팅 효과도 있었다. 도매상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 방식을 개척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카이 회장은 독립 서점들도 살아남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나 도서관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영업해야 한다”며 “일본 경우는 잡지나 만화책이 동네 서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처럼 지역 서점에서 잘 팔리는 분야의 서적에 더 역점을 두고 영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카이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종이책의 힘으로 자란 사람으로서 책의 힘을 믿고 책의 미래를 계승하고자 한다”고 했다. “독서는 지혜의 바탕을 이룬다고 봅니다. 한 가정에 좋은 책이 300권만 있으면 훌륭한 아이가 자랄 수 있다는 것이 제 확신입니다.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서점도 노력하면 태양처럼 다시 떠오를 날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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