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유동성 확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소난골 드릴십’의 인도가 늦어져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 석유사인 소난골과 시추선(드릴십) 2기를 인도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두 번째 미뤄진 기한인 11월 말에도 인도가 완료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문 협상단을 구성해 소난골 측과 곧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이달 말까지 인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내 인도가 완료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대우조선은 애초 올해 6월 말과 7월 말에 걸쳐 드릴십 2기를 소난골에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소난골이 건조대금 10억 달러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지연됐다. 양측은 이후 협의에 따라 9월 30일까지 드릴십을 인도하기로 협의했으나, 소난골이 여전히 자금 조달방안을 확정하지 못해 다시 차일피일 미뤄졌다.
협의 과정에서 9월 30일을 기점으로 인도가 완료되지 못할 경우 소난골이 하루 단위로 일정액의 가산금을 추가로 부과하기로 해, 11월 30일까지는 완료되리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애초 계획했던 특수목적회사(SPV)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 가산금을 물더라도 인수하지 않고 ‘버티기’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은 인도대금의 약 80%에 해당하는 8억 달러를 먼저 받고 나머지를 드릴십을 운영할 SPV의 주식으로 받기로 한 상태다. 소난골 드릴십의 인도는 대우조선의 유동성 확보 계획에서 핵심으로 여겨진다. 드릴십의 인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 4월부터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와 맞물려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 4∼11월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조선의 회사채 규모는 9,4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채권단 역시 소난골의 ‘배 째라’식 태도에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 협상은 내년 1∼2월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안달복달하며 불리한 조건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연말까지 안되더라도 여유 있게 간다는 것이 우리 전략”이라며 “소난골이 가산금을 물어야 하면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금액일 뿐이고, 이 협상은 1조원이 오가는 협상”이라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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