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장ㆍ공단 등 밀집 악취
레미콘 공장 분진ㆍ소음 극심
화물차량 줄지어 교통도 지옥
도농 동반성장 기대 물거품
세종시 부강면 주민 이모(61)씨는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서고, 길이 뚫리는 신도심을 바라보면 착잡하다. 부강면이 세종시로 편입됐지만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 악취와 분진이 유난히 심한 날이면 화마저 치민다. 정씨는 “신도심은 갈수록 살기 좋아지고, 사람이 계속 몰려 온다는데 불과 15분 거리에 있는 우리 마을은 갈수록 죽어가고 있다니까요. 부강 주민은 세종시민이 아니냐구요.”
세종시 부강면 주민들이 악취와 분진, 교통 지옥 등에 노출돼 고통스럽게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눈에 띄게 발전하는 신도심을 보면서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4일 세종시 등에 따르면 부강면은 수년 전부터 악취와 분진 등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축산농장은 물론 환경오염원으로 꼽히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닭 40만여 마리와 돼지 2만5,000여 마리를 기르는 충강농원(등곡3리)의 악취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닭의 경우 밀폐되지 않은 시설에서 말린 분변을 처리하다 보니 분진과 악취가 그대로 공기를 통해 퍼지고 있다. 냄새가 특히 심한 돼지 분뇨도 각 농장(7개)별로 밀폐되지 않은 고액처리기를 사용하다 보니 악취가 진동을 한다.
시는 민원이 심각하자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전문가 등과 함께 클린축산 T/F팀을 꾸려 지난해 현장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악취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고액분리기를 설치키로 했다. 올해 관련 예산으로 7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축산농장들이 운영비 등에 난색을 표하면서 공동분리기 설치 계획은 멈췄다. 시가 이와 별개로 축사 지붕 내부에 악취 탈취시설을 설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보니 민원은 여전하다.
악취는 축산농가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부강산단 안팎에 산재한 기업들이 내뿜는 화학물질 타는 냄새 등이 마을로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시의 현장 조사 등에서 냄새 및 오염물질 등의 수치가 모두 기준치 이하로 측정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보니 당장 뚜렷한 해결책도 없다.
주민 정모(63)씨는 “집을 보러 왔다가 동네에 냄새가 심해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라며 “외지인들은 일 때문에 왔다가 버티지 못하고 금방 딴 동네로 이사 가고, 부강산단 직원들은 모두 외지에서 버스로 오간다”고 말했다.
부강에 집중된 레미콘 및 아스콘 공장에선 분진과 소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세종시 관내 레미콘공장 9곳 중 4곳이 부강에 입지했다. 인근 청원IC 방면에는 2곳의 레미콘공장이 더 있다. 아스콘 공장도 세종시 전체(9곳)의 절반이 넘는 5곳이나 있다. 이들 공장에선 생산하는 레미콘과 아스콘은 대부분 세종시 신도심 건설현장에 공급된다.
주민들은 대형 차량들이 계속 오가면서 마을을 교통지옥으로 만들고 있다고도 하소연한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시멘트와 아스콘 등을 실은 대형 화물차량이 줄지어 다니다 보니 교통 체증은 물론, 행여나 큰 사고가 날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민 김모(59)씨는 “부강에 악취와 먼지, 소음을 퍼뜨리면서 만든 건설 재료들이 신도심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걸 보면 우리는 쓰레기장, 들러리밖에 안 되는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신도심은 도로 하나 건너는 것도 위험하다며 학교를 새로 지어달라고 하는데 우린 매일 무지막지한 화물차가 오가는 걸 보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행정도시에 동의한 대가가 우리 마을을 유령도시로 만드는 것이냐”고 원망했다.
시 관계자는 “부강은 여러 악취 유발 시설이 모여 있어 주민 불편이 큰 게 현실”이라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T/F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 중이다. 연차적으로 대책을 실행해 2020년까지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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