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를 지연시키려는 ‘꼼수’를 택했다. 최순실(60ㆍ구속)씨 구속시한(20일)을 앞두고 검찰이 “15, 16일까지 대면 조사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의도적 시간 끌기에 나섰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 대통령은 15일쯤 변호사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변호사를 통해 검찰과 조사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겠다는 것이 청와대 계획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 변호사 선임을 놓고 미적대는 것은 15,16일 중 박 대통령을 조사한 뒤 최씨를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일정에 따를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13일 “대통령 일정과 변호인 선임 문제, 조사 준비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15일까지 밝히겠다”며 시간을 벌어 둔 상태다.
청와대의 시간 끌기는 최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결과가 포함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씨의 비리 혐의들에 박 대통령이 연루되는 것 자체가 하야 민심에 불을 지를 것이기 때문이다. 최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되는지 여부에 따라 19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기를 다음 주 이후로 미루기 위해 검찰과 다각도로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5, 16일은 우리와 전혀 협의 없이 검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날짜이며, 유효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과 조율하고 조사를 준비할 시간이 빠듯해 17, 18일도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검찰로선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인 17일 조사하면 봐주기 비판을 받고, 18일 조사하면 다음날 기소될 최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 관련 문제를 넣기 어렵게 된다. 결국 청와대가 끝까지 버틸 경우, 검찰도 최씨의 추가 기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시기를 늦춰 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조사시기를 놓고 검찰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우려했다.
조사 방식과 관련, 청와대는 여전히 서면 조사를 검찰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여론을 감안해 대면 조사를 수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면조사의 경우 조사의 객관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청와대가 아닌 제3의 장소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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