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난 것처럼 너무 행복해요. 후원자님 덕분에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대학원까지 졸업했습니다.”
일곱 살 때부터 한국인 여성의 도움을 받아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방글라데시인 무수미 보스(25ㆍ여)씨는 후원자 송문수(47ㆍ여)씨를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후원은 16년 동안 이어지다 보스씨가 성인이 된 3년 전 중단됐지만, 보스씨는 엄마와 다름없는 송씨를 만나러 한국으로 건너왔다.
14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보스씨는 1998년부터 이 단체를 통해 송씨의 후원을 받았다. 그 해 결혼한 송씨는 남편과 빈곤에 시달리는 해외 아동을 후원하자고 약속했다. 그 때까지 아이가 없었던 송씨 부부에게 보스씨는 첫 후원아동이자 첫 딸이었다. 한때 남편의 실직으로 얼마 안 되는 후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그는 ‘아무리 어려워도 딸을 포기하는 엄마는 없다’는 생각에 후원을 중단하지 않았다. 특히 보스씨가 보내는 편지와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할 때면 “방글라데시에서 잘 크고 있는 큰딸에게 감사하다”며 뿌듯해했다
월드비전이 지난 4일 개최한 ‘후원감사의 밤’ 행사에 보스씨를 초청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극적으로 성사됐다. 송씨가 후원 소감을 발표하는 등 행사가 무르익을 즈음 보스씨는 깜짝 등장했다. 이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서로를 한눈에 알아봤다. 매년 후원카드를 통해서만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딸은 어느덧 숙녀로 변해 있었다.
보스씨는 최근 방글라데시 국립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은행원을 꿈꾸고 있다. 송씨는 “무수미가 건강하게 커 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도움을 짐처럼 여길 수도 있지만 마음의 빚을 털어내고 따뜻한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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