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8900명과 학부모 설문
보호자 30% “방임은 학대 아냐”
자신이 학대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아동 수가 실제 발견된 피해 아동의 17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국제구호개발 단체 굿네이버스가 전국 16개 시도 초등학교 4ㆍ6학년과 중학교 2학년생 8,915명을 대상으로 ‘아동권리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한 달에 1회 이상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아동은 2,446명에 달했다. 이를 1,000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275명으로 지난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견된 학대 피해아동이 1,000명당 1.59명인 것과 비교해 173배나 많았다.
학대피해를 체감한 아동에 비해 발견 규모가 극히 적은 것은 학대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설문 조사에 답변한 아동의 보호자 8,915명 중 906명(10.15%)은 손바닥으로 얼굴이나 머리, 귀 등을 때리는 행위를 ‘학대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벨트나 골프채 등 도구를 이용해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도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부모가 811명(9.1%)이나 됐다.
정서적 학대에 대한 체감 인식도 바닥 수준이었다. 부모 1,274명(14.3%)은 아이에게 욕을 하거나 ‘바보’라고 부르는 언어 폭력을 학대가 아니라고 답했다. 아이 식사를 챙겨주지 않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임 역시 학대가 아닐 수 있다고 응답한 부모가 각각 2,508명(28.1%), 1,302명(14.6%)이었다.
신원영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연구원은 “지역별로 조사해 보니 부모들의 아동학대 인식과 신고의식이 높은 곳일수록 피해 아동도 많이 발견됐다”며 “아동들이 느끼는 학대 수준과 발견율 사이 간극을 좁히려면 부모를 상대로 한 인성 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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