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적용됐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출판계 블랙리스트 키워드도 ‘세월호’였다.
14일 출판계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2014년 4월 세월호 사태 발생 이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지원 사업에 “세월호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에게는 지원하지 말라”는 원칙이 적용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과 한국일보가 2014~2016년 지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실제 세월호 관련 서적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원사업은 두 가지다. 우수도서를 선정해 구입해주는 세종도서사업과 아직 출간 전인 책의 출간비용을 지원해주는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책마다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한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출판계는 관련서적을 쏟아냈다. 세종도서 후보작에 올라간 책만 해도 2015년에는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학사) ‘4ㆍ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생각의길)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세월호를 기록하다’(미지북스) ‘세월호와 대한민국의 소통’(미래를소유한사람들) ‘세월호 이야기’(별숲) ‘세월호, 꿈은 잊혀지지 않습니다’(타래), 2016년에는 ‘남겨진 자들의 신학 : 세월호의 기억과 분노 그리고 그 이후’(동연) ‘세월호 이후의 신학’(모시는사람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한울아카데미) 등이다. 그러나 이 책들은 심사 과정에서 모두 탈락했다. 출판계 관계자는 “2014년 이후 모든 작가, 학자, 출판사들이 세월호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들 책이 한 권도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겠느냐”고 말했다.
창비나 문학동네 같은 큰 출판사들은 아예 표적이 됐다는 증언도 있다. 창비는 세월호 유족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문학동네는 김애란ㆍ김연수 등 유명 작가들의 세월호 관련 글을 묶은 ‘눈먼 자들의 국가’를 출간했다. 출판계 관계자는 “세월호 화제작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2015년 세종도서 선정 작업 때 이들 출판사들에게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심사 때 문체부 직원들이 간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2014년 각각 25권씩이 세종도서로 선정됐던 창비와 문학동네는 2015년에는 선정작이 5권, 6권으로 줄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분야에서는 단 한 권도 선정작을 내지 못했다.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도 매한가지다. 여기에선 시장성이 다소 떨어지는 사회과학 분야가 주 타깃이었다. 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심사참여 경험이 있는 A씨는 “심사장 안에 진흥원 관계자가 들어와 ‘이런 책은 곤란하다’는 식으로 얘기한 건 박근혜 정부가 처음”이라면서 “그런 책들을 빼고 났더니 교과서 같은 책이나 자기계발서 류의 책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심사평도 고치는 것 같더란 얘기도 전했다. 그는 “심사과정의 불쾌감 때문에 ‘가이드라인’ 운운한 심사평을 남겼는데, 나중에 보니 그 표현조차 ‘톤 다운’을 좀 당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A씨는 그 이후 심사위원에 위촉되지 못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측은 이에 대해 “외부 지침은 일절 없으며 대상작 선정은 심사위원의 재량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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