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게 목적인 사업에 유리
공익법인에 출연 땐 증여세 면제
후원자가 법인이면 100% 비용처리
이자ㆍ배당에 법인세 부과 안 해
- 미르ㆍK재단 후닥닥 설립 이례적
적립된 돈, 재단 밖으로 못 빼내
재단 해체 땐 재산 국가에 귀속
탈세에 악용 방지 위해 허가 엄격
대기업과 관련된 뉴스를 읽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용어가 ‘재단’입니다. 요즘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씨 사건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냈다는 게 시발점이 됐고 재벌그룹이 공익재단을 활용해서 편법상속을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재단이라는 건 어떤 구조이길래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걸까요. 오늘의 주제는 재단입니다.
재단이란 어떤 조직인가
흔히 어떤 사업을 할 때는 주식회사의 형태로 기업을 설립합니다. 주주들이 돈을 내고 그 대가로 그 주식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이익을 배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주식이라는 형태로 받아갑니다. 그리고 그 주주들이 낸 돈은 기업활동의 종잣돈이 되죠.
그런데 어떤 경우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쓰는 게 목적인 사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든가 사회에 필요한 연구활동을 지원한다든가 하는 경우인데요. 이때도 그런 사업을 하려면 돈을 모아야 됩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주식회사'라는 깃발 아래 돈을 끌어 모으면 되지만 돈을 쓰기 위한 목적일 때는 ‘재단’이라는 깃발을 들고 돈을 모읍니다. 그게 돈을 모으기도 좋고 돈을 쓸 때도 유리하고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재단은 왜 만드나
돈을 좋은 일에 쓰기 위한 목적이라도 그냥 주식회사를 세워서 돈을 모으고 그 돈을 써도 됩니다. 돈이 떨어지면 주주들이 다시 증자에 참여해서 돈을 투입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그런 형태라면 단돈 1만원을 후원하려고 해도 증자에 참여해서 주주가 되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어차피 좋은 일에 쓸 돈이니 주식을 받는 것도 필요 없다고 거절하면 무상으로 증여한 셈이 돼서 금액이 큰 경우는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구조가 바로 재단이라는 조직입니다. 돈을 후원 받고 그 돈을 굴려서 쓰는 데 필요한 다양한 세금혜택을 국가가 줍니다. 예를 들면 그 재단의 목적이 공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어 ‘공익법인’으로 지정되면 그 재단에 아무리 많은 돈이나 주식을 출연해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또 그 재단에 돈을 후원할 경우 후원자가 개인이면 낸 돈의 30%를 세액공제해주고 법인이면 100%를 비용으로 처리해줍니다. 그만큼 외부에서 돈을 끌어오기가 좋습니다.
보통 주식회사는 회사에 100억원의 돈이 있으면 그 돈에서 나오는 이자는 회사의 수입으로 잡혀서 그 수입에 대해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재단은 재단의 돈에서 나오는 이자와 배당은 재단의 수입으로 보지 않고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재단이 수익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돈도 나중에 좋은 곳에 쓸 돈이라고 분류해두면 세금을 매기지 않습니다.
당장 쓰지 않아도 어차피 쓸 돈이니 이익으로 보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재단은 금고에 돈이 쌓이고 불어나도 세금 걱정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 주변의 큰 종합병원이나 학교들은 대부분 이런 재단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어떤 독지가가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이나 병원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만약 그 재산을 어떤 학생이나 환자에게 줬다면 그 재산의 절반을 증여세로 납부해야 했을 테니까요.
그럼 왜 누구나 재단을 만들지 않나
여기까지 설명만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렇게 좋은 제도가 있다면 누구나 다 재단을 만들어서 사업을 하지 왜 굳이 주식회사를 만들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겠나.’
그런데 재단은 특혜를 받는 만큼 지켜야 할 의무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재단에는 돈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그 돈을 밖으로 빼내지 못합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자신이 투자한 비율만큼 배당을 받거나 회사를 청산하는 경우 남아있는 재산을 투자한 비율대로 가져올 수 있죠. 반면 재단은 한번 만들어서 돈을 넣으면 그 돈을 다 쓸 때까지 빼내지 못합니다. 재단이 해체되어도 그 재단의 재산은 국가로 귀속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을 만들려는 수요는 많습니다. 자기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을 후원 받아서 일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주로 그렇습니다. 어차피 내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남의 돈을 받아서 일을 하는 것이니 재단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되는 게 별로 불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의 돈을 출연받기에 좋은, 돈을 내는 사람에게도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 공익법인의 형태를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주식회사는 마음대로 설립할 수 있지만 재단을 설립하는 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재단이 다양한 탈세 수단으로도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허가 요건도 엄격하고 그 요건을 다 갖춰도 공익성이 부족하다는 주관적인 잣대를 들어 허가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며칠 만에 재단 설립을 마무리 한 건 그래서 눈길을 끄는 겁니다.
재단은 누가 관리하나
재단의 재산은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것이지만 거기에 쌓여있는 돈을 다 쓰고 그 재단이 해체되기 전까지는 그 재단의 경영을 재단 이사회가 합니다. 주식회사는 그 회사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대주주가 자신의 뜻에 맞는 사람을 등기이사로 임명하고 경영을 맡기는 데요, 재단 이사회는 돈을 출연한 사람과는 전혀 무관한 사회 저명인사들이나 일반인들이 재단 이사회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돈을 출연하면서 자기와 친한 이들을 재단 이사회 멤버로 정하고 사실상 그 재단을 지배하는 일 역시 비일비재합니다. 아무나 재단의 이사가 될 수 있고 임명과 교체도 그들끼리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진우 경제방송진행자(MBC 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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