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들 목소리 더 강해져
야권의 대선 잠룡들이 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촛불 집회에 대거 합류했다. 하야와 2선 퇴진 등을 요구하며 잠룡들마다 압박 수위는 달랐지만, 촛불 민심과 본격적으로 결합한 대선주자들의 목소리는 보다 강경해 질 전망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청계광장에서 열린 당의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서 탄핵 당했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 요구에 답을 하지 않는다면 저와 우리 당은 부득이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대통령 퇴진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정치적 해법이 불가능할 경우 중대결심을 하겠다며 최후통첩을 경고했던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투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전 대표는 집회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지 않았으나, 이날 밤 늦게까지 광화문 광장을 지키면서 시민들이 부르는 ‘박근혜 하야송’에 맞춰 손을 흔들며 호응했다.
앞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던 대선주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청계광장에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우리나라가 제대로 서게 만드는 것이 국민의당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하야하라 퇴진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학로에서 시작된 시민대행진부터 참석한 뒤 당 규탄대회에 합류했다. 박 시장은 대행진 중 연설트럭에서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며 “정치인을 대표해 사과와 부끄러움의 큰절을 드리겠다”며 무릎 꿇고 절을 했다. 이 시장은 “국민의 뜻에 따라 대통령은 퇴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시민들의 요구로 휴대용 확성기로 즉석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은 더 이상 민심을 거역할 수 없다 조속히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청계광장에서 당 주최의 규탄집회를 연 후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서 촛불을 들었다. 각 당의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각기 흩어져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민심에 귀 기울였다. 이들은 인파에 갇혀 저녁조차 거른 채 시민이 건넨 김밥 등을 나눠먹으며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1980년대 집회가 폭력이 수반된 치열한 투쟁의 현장이었다면 2016년의 집회는 평화적이고 오히려 축제처럼 유쾌하기까지 해 격세지감”이라며 “그렇지만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과거 집회 못지 않게 엄중하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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