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기업 대가성 입증되면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
최순실에 靑문건 유출 시인, 구체적 지시했는지도 쟁점
제3의 장소 보안ㆍ경호 허점… 조사 장소는 청와대 유력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조사 내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우선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에 대통령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검찰은 7월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불러 대통령 조사를 위한 전초전을 벌였다. 출연금 강제모금을 공모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사기미수)를 받고 있는 최순실(60ㆍ구속)씨와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서로를 모른다고 주장하고,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박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재단 설립을 지시하고 모금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된다면 박 대통령이 주범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 박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내놓은 목적에 따라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핵심은 대가성이다. 대기업들이 “사회 환원 목적”이라고 항변하더라도 ▦경영에 이익을 보려는 목적이나 ▦불이익을 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대가성이 입증될 수 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대기업들이 출연한 시기와 수사 또는 사면을 받은 시기를 대조해 대가성을 따져볼 수 있다”며 “명시적 청탁이 없어도 묵시적ㆍ간접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시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모종의 이익을 기대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하도록 대통령이 구체적인 지시를 했는지 여부다. 정호성(47ㆍ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연설문 등을 최씨에게 전달한 것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고, 박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에서 이를 시인했다. 다만 정씨가 유출한 문건이 완성본이 아닌 중간기록물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는 적용이 어렵고,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가 검토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누가 적극적으로 문건 유출을 계획하고 실행했는지에 따라 대통령도 공무상 기밀 누설의 주범 또는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나 차은택(47ㆍ구속)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인사 개입 등 전횡에 대통령이 가담하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인사 문제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권은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추천을 받는 것은 해당 혐의가 없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 ‘비선’의 조언을 받은 점도 같은 이유로 법적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방조 혐의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 직무’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이 여러 국정을 통할하는 지위에 있긴 하지만 여러 직무를 일일이 챙길 것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최씨나 차 전 단장이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고, 대통령이 이 과정을 알고도 말리지 않았거나 나아가 도와준 행위가 있다면 사인(개인)의 범죄를 방조한 공범이 될 수는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자 참고인 신분임을 내세워 서면조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대면조사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조사장소로는 수사 보안과 대통령 안위를 고려해 청와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조사받았던 청와대 인근 안가가 조사 장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조사는 이 사건 수사 실무진인 한웅재 형사8부장 또는 이원석 특수1부장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수사팀이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의 예상 질문 목록을 뽑아 준비하고 있으며, 변호인 선임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밝혀지면 대통령 퇴임 후 기소는 불가피하다. 모든 의혹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고 나머지 관련자들이 구속까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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