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전봉준의 굵은 눈물이 스며 있는 땅입니다. 부드럽게 우는 법을 알았더라도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목매는 일은 하지 않았을 눈물이 들어있는 땅입니다.
울음소리가 아니라 눈물이 내는 소리입니다. 재갈처럼 문 절박함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소리. 절대적이고 막강한 함성. 전봉준의 그 눈물소리를 들어본 땅에 눈이 내립니다.
전봉준은 1895년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이 시는 1960년대 말 써졌습니다. 허공은 그곳을 지나왔습니다. 같은 허공입니다. 그것을 다 겪은 땅입니다. 지금은 2016년입니다.
눈물. 사람인(人)처럼 서로 기대고 있습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하나도 무너집니다. 눈물에서 물을 뺍니다. 눈이 남습니다. 뜨고 있을 때 눈(眼)은 눈(雪)이 됩니다. 순백의 함성이 됩니다.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가 아니라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이렇게 행을 나눈 까닭. 사라짐을 담보한 힘없는 눈에게서 소리가 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습니다.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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