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의 대선 핵심 공약이 벌써 줄줄이 후퇴하거나 수정될 조짐이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 불법 이민을 막고 마약 반입을 차단하겠다는 초강경 이민정책은 트럼프 당선인의 랜드마크 공약이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 입에서는 벌써 이와는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문역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멕시코 정부가 그 비용을 대도록 하는 데는 매우 많은 시간을 쏟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당연히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장벽건설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물러섰다.
미국 시민이 아닌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은 대선판을 뜨겁게 달궜지만, 뒷순위로 밀려나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0일 연방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의회에 무슬림 입국금지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을 경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향후 10년간 1조 달러(약 1천167조 원)를 인프라 재건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인수위는 이를 '취임 100일 과제'에 포함하고, 민·관 협력과 세금 우대를 통한 민간 투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향후 관련 법안을 심의할 상원 상업위원회 존 툰(공화) 위원장과 하원 교통위원회 빌 슈스터(공화당) 위원장은 '고무적'이라는 어정쩡한 답변만 내놓았을 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 계열 '헤리티지 행동'의 댄 홀러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공화당은 정부의 인프라 지출이 경제를 자극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 지출과 이를 위한 세제 개편 등에 공화당이 나서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보호무역을 핵심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취임 100일 구상'에 자문역을 맡았던 윌버 로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그가 한 말도, 그가 의도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가 실제로 얘기한 것은 만약 중국 위안화가 45% 과대평가된 것으로 드러나고, 그들이 우리와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협상 수단으로 45% 만큼의 관세로 그들을 위협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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