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서 민중총궐기 사전집회… 정권 퇴진 촉구 분위기 고조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서울광장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곳곳은 정부규탄 목소리에 힘을 실으려 합류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광화문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집회 참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전세버스 행렬로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학생 등 개별 단체들은 총궐기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박 대통령 하야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성기업범대위는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박근혜 퇴진, 유성기업 회장 구속을 향한 오체투지(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하는 절)’를 시작했다. 범대위 소속 70여명은 “이게 나라냐 박근혜는 퇴진하라” “재벌의 꼭두각시인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광장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이동했다.
농민단체 연합인 ‘농민의 길’ 회원 1만5,000여명도 서울 중구 삼성본관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와 함께 “내가 백남기다, 백남기를 살려내라”라고 소리쳤다. 회원들은 청와대 영정 사진이 달린 상여를 준비한 뒤 그 앞에서 상복을 입고 곡을 하는 장례 퍼포먼스도 했다.
부산, 창원 등 전국에서 모인 비정규직 서비스연맹 노조 회원 1만4,000여명 역시 세종대로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정농락 사태에 책임을 묻는 동시에 각종 노동현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연사로 나온 히다얏 그린필드 국제식품연맹(IUF) 아태지역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백남기 농민의 노제에 참가해 국가폭력 앞에 스러진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했다”며 “더 이상 농민ㆍ노동자의 소중한 목숨이 사라지지 않도록 오늘 총궐기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과 고교생들도 어김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낮 12시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선 50여개 대학 총학생회와 청년들을 주축으로 한 ‘2016 청년총궐기’가 개최됐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4,000여명은 각 대학 로고가 적힌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대통령은 하야하라’ ‘분노하라 청년이여’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청년들은 이날 시국선언에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우리의 삶을 파탄 낸 ‘그들만의 정부’를 거부한다“며 “우리의 삶과 미래를 되돌리기 위해 촛불을 들고 행진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어르신들의 쉼터였던 종로구 탑골공원은 이날만큼은 청소년들의 사랑방이 됐다. ‘전국청소년지도자연대’ 회원 1,000여명은 공원에 모여 ‘청소년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다. 주인을 섬기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개별 사전집회를 마치고 오후 4시 예정된 민중총궐기 본 행사에 합류하기 위해 서울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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