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둔 국회 현안질문서
“친한 여성 3인이 인사 개입”
“검찰 禹 측근이 禹에 정보 제공”
야당은 주말 대규모 촛불 집회를 하루 앞둔 11일 국회 긴급현안 질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을 전방위로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부었다. 최씨 뿐만 아니라 최씨 측근 3인방의 인사개입에다 ‘세월호 7시간’ ‘우병우 사단’ 등의 의혹을 쏟아내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이 불참해 야3당 의원들만 질의에 나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긴급 현안 질문’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그동안 인사에 개입한 ‘3인방’이 있다”며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부인 전성빈씨,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부인 전영해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씨를 지목했다. 박 의원은 “전성빈 교수는 박 대통령과 대학 때 같은 영어서클 출신으로 산업은행이 관여하는 공기업과 산하 기업 인사 전체를 관장했다”며 “김장자 씨는 이화여대에 1억원을 기부했고 최순실씨 회사와 거래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전영해씨에 의하면 2015년 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바뀌고 나서 (삼성 출신) 현 회장이 ‘이제는 우리도 올림픽 승마종목에서 메달을 따야 한다’며 최순실씨 딸 정유라를 국민적 우상으로 만드는 로드맵을 만들었다 파기했다고 한다”면서 “이런 내용을 전씨가 알 수 있는 건 최순실씨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삼성의 정유라 지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백혈병 사망자 논란의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한 로비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 내 ‘우병우 사단’ 의혹도 제기됐다. 박영선 의원은 “이영렬 특별수사본부 본부장과 윤갑근 특별수사본부 팀장,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그 동안 범죄정보를 수집한다는 이유로 모든 정보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제공했다”며 특히 이 본부장은 “최순실이 임명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4년 5월 19일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전날까지 해양경찰청 해체가 거론되지 않다가 갑자기 포함됐다”며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은 정부 조직 개편을 진행한 것은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등을 통해 대리처방을 받아 향정신성 약물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검찰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가 사용한 6대의 대포폰 중 하나를 박 대통령에게 줬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만약 대포폰을 썼다면 국정농단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공식 지급하는 전화기 외에, 외부에서 만든 대포폰 등 다른 전화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현안질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야당 의원들과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황 총리와 경기고 72회 동창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최순실 씨야말로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했다. 실세 총리는 최씨이고 나머지는 껍데기다”고 힐난했다. 이에 황 총리가 “속단하지 말라”고 되받아 치자 노 원내대표는 “속단(速斷 서두른 판단)이 아니라 지단(遲斷 늦은 판단)”이라고 일갈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오방무늬가 그려져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작한 달력과 오방끈을 황 총리 앞 단상에 던지듯 가져다 주며 “샤머니즘이 국가시스템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황 총리가 “뭐하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표시한 뒤 두 사람은 10초 이상 ‘눈싸움’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황 총리의 불성실한 답변에 우상호 원내대표가 항의하러 단상에 올라오는 소동도 벌어졌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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