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기분 좋게 우즈베키스탄전 모의고사를 마쳤다.
한국은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캐나다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완승했다. 김보경(27ㆍ전북)과 이정협(25ㆍ울산)이 한 골씩 터뜨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0위의 캐나다는 한국(44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국은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과 손흥민(24ㆍ토트넘) 등 주축 선수들을 빼고도 상대를 압도했다. 팬들은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A매치를 관전했다.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10분 이정협-남태희(25ㆍ레퀴야)로 이어진 패스를 김보경이 받아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상대 골키퍼 움직임을 끝까지 보고 가볍게 밀어 넣는 감각이 돋보였다. 김보경의 A매치 득점은 2013년 10월 말리와 평가전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터라 더 의미 있는 자축포였다. 전반 25분에는 ‘슈틸리케의 황태자’에서 최근 ‘잊혀진 남자’란 오명을 듣던 이정협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상대 수비가 제대로 못 걷어내 혼전인 상황에서 벼락같은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마치 도끼로 장작을 쪼개듯 강렬하면서도 간결했다.
한국은 이날 양쪽 측면이 살아나면서 경기를 지배했다.
왼쪽 남태희와 오른쪽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이 여러 차례 상대 수비를 헤집으며 찬스를 만들었고 중원에서는 김보경이 펄펄 날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김보경은 선제골 이후에도 몇 차례 기회를 잡았으나 추가득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또 하나 돋보인 건 투혼과 끈기였다.
지난 달 11일 이란 원정 졸전(0-1 패)의 원인으로 지나치게 소극적인 플레이가 꼽혔다. 이날은 달랐다. 특히 이정협과 남태희, 김보경 등 최근 대표팀에서 중용되지 못했던 선수들은 이 기회에 눈도장을 찍겠다는 듯 악착같은 태클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대표팀 감독은 예고한 대로 6명의 교체 카드를 모두 쓰며 선수들 기량을 점검했다.
하프타임에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 홍정호(27ㆍ장쑤 쑤닝), 윤석영(26ㆍ브뢴비)이 투입됐고 후반 20분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 후반 28분 최철순(29ㆍ전북), 후반 34분 김신욱(28ㆍ전북)이 차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최근 소속 팀에서 맹활약을 펼쳐 가장 기대를 모았던 황희찬은 측면 공격수로 뛰며 몇 차례 저돌적인 돌파로 박수를 받았다.
캐나다전 승리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캐나다는 전반 31분 마르셀 데 용(30)의 위력적인 오른발 프리킥 슛이 권순태(32ㆍ전북)의 선방에 막힌 것 외에는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기량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최근 대표팀을 둘러싸고 안팎으로 잡음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분명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
진짜 승부인 우즈벡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은 나흘 후인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천안=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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