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인양 공법까지 변경
中업체 기술력ㆍ책임감 의구심
인양 시도 과정서 선체 훼손
실종자 수습ㆍ진상 규명 차질
세월호 인양이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올해 7월 인양을 약속했던 정부는 조금씩 인양가능 시점을 미루다 결국 ‘연내인양 불가’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인양 지연으로 미수습자 수습 및 사고 진상규명이 더 어려워지게 돼, 중국 업체만 믿었던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책임론도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1일 “선미 리프팅빔 삽입 작업이 늦어지면서 세월호 연내 인양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직무대리)은 “올해 동절기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작업일수가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선미작업이 연내에 끝날 지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선미작업은 원래 배꼬리 주변 흙을 제거하고 그 밑으로 굴착장비를 넣어 여유공간을 확보한 뒤 리프팅빔을 삽입하는 순으로 진행됐으나, 선미와 맞닿아 있는 퇴적층이 예상했던 것보다 단단하고 불규칙해 작업공정이 더디게 진행됐다. 이 때문에 지난달 31일 선미를 들어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선미들기’로 공정을 변경했다. 그런데 선미들기는 바람과 파고 영향을 크게 받아, ▦파고 1m ▦풍속 초속 10m 이하인 소조기에만 작업이 가능하다. 소조기는 한 달에 2번밖에 오지 않는다.
정부는 선미공정에 이어 선체인양 공법도 변경하기로 했다. 선체 인양시 리프팅빔을 들어 올리는 해상크레인을 잭킹바지선(2척)으로 바꾸고, 선체를 부두로 운송하는 플로팅도크는 반잠수식 선박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려 했던 해상크레인과 플로팅도크는 겨울철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 사고 해역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존 장비로 하려면 북서풍이 잦아드는 4월에야 선체인양이 가능하지만, 변경된 공법으로는 겨울에도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미에 이어 선체인양 공법까지 변경되자 인양업체인 중국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SSC)의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SSC가 제안한 공법은 입찰 참여 업체들 사이에서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결국 SSC로 결정돼 다들 의아해 했다”고 말했다.
인양이 내년 이후로 지연되면서 정부 불신은 더 커지고 미수습자 수습 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인양 시도 과정에서 선체가 계속 훼손돼 진상규명 증거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선수들기 과정에서 와이어가 갑판을 파고 들어 갑판 일부가 파손됐다. SSC와의 계약이 올해 말까지인데다 SSC가 지금까지 인양을 위해 쓴 금액이 성공 후 받을 금액을 훌쩍 넘었다는 점에서 SSC가 책임감을 갖고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그간의 과정과 향후 일정 등을 소상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영빈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정부가 군사작전처럼 모든 접촉을 막고 SSC에만 의존하고 있다”라며 “인양 현장과 관련 자료, 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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