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광화문서 최대 100만 집결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최대 규모
박사모 등 맞불집회 충돌 우려
폭력시위 낙인 땐 여론도 등 돌려
“불법행위, 정권에 반격의 빌미 제공”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50만개의 촛불이 타오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락 사태에 절망한 시민들은 이날 서울광장에 모여 청와대를 향해 분노의 함성을 쏟아 낼 예정이다. 집회를 주관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최소 50만명 참여를 공언하고 있다. 경찰도 16만명을 예상하는 등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주최 측 70만명, 경찰 8만명) 이후 최대 규모 시민 집회로 치러질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집회현장에 폭력과 불법이 끼어든다면 관망하던 여론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폭력시위로 변질된 광우병 집회의 한계를 뛰어 넘어 평화시위 기조를 유지해야 저항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두 차례 촛불집회를 통해 성난 민심은 충분히 확인됐다. 시민들은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락이라는 하나의 문제의식 앞에 이념과 세대를 초월해 거리로 쏟아졌다. 20만명이 한 데 모여 정권퇴진을 외쳤지만 어떤 불상사도 없었다.
평화집회의 울림은 컸다. “국민의 준엄한 뜻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성숙한 시민의식이 나왔다(이철성 경찰청장)” 등 정부 관계자들조차 조용하지만 단호한 국민의 절규에 귀를 기울였다.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11일 “자발적 참여와 평화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무겁기 마련인 시위를 축제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광우병 집회도 원래 비폭력을 상징하는 촛불로 시작했다.
2008년 5월2일 인터넷 카페 회원들과 중ㆍ고교생 1만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무효화 하라”며 밝힌 촛불은 이내 전국민들의 동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순수한 비판 목소리는 사라지고 폭력이 득세했다. 4주차 주말집회(5월24일)에서 68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5주차 집회(5월31일)에선 부상자가 60여명 나왔다. 급기야 일주일 뒤(6월8일)엔 쇠파이프와 각목까지 등장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장은 “폭력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과 비례해 여론의 거부감이 높아지자 정부도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낙인 찍는 등 정작 투쟁의 목적은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12일 집회도 충돌 지점은 여럿이다. 당초 이날 집회는 500여개 시민ㆍ사회단체가 모인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오래 전 기획한 행사다. 지난해 살수차와 쇠파이프가 맞부딪쳐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민중총궐기 대회 1주년을 맞아 반정부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각 단체에 소속된 조직원들이 대거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에서만 지방 조직원 7만명이 상경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를사랑하는 모임’과 엄마부대 등 박 대통령 지지세력 역시 이날 맞불 집회를 열기로 했고, 주최 측이 경찰이 불허한 청와대 인근 행진을 강행할 가능성도 크다.
일부 참여자의 과격한 행동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이어질 경우 물리적 충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권퇴진을 열망하는 절대 다수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법ㆍ폭력 행위는 부도덕한 정권에 반격의 빌미를 주고 문제 해결을 지연키는 일일 뿐”이라며 “50만 시위 결과에 따라 정국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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