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1일 구속영장 청구
비자금 조성 흐름 자료 확보 등
전방위 압박에 3개월 만에 자수
사업 인허가 특혜 여부가 핵심
10년 전에도 로비설엔 모르쇠
유력 정치인 실명 거론 등 긴장
520억원 대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청안건설 실소유주인 이영복(66) 회장의 입에 부산 정ㆍ관계가 떨고 있다. 10여년 전 ‘다대ㆍ만덕지구 특혜의혹 사건’ 때도 모르쇠로 일관한 ‘자물쇠 입’이 이번에는 풀릴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2년여 도피생활을 했던 이 회장이 이번에는 3개월 만에 자수를 결심했고, 10일 부산으로 향하다 차를 돌린 것은 함구로 일관하기에는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이 앞서 인허가 관청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과거와 달리 상당부분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 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11일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석 달간의 도주과정에서 대포폰은 1~2일마다, 차량은 2~3일만에 교체했고, 은신처도 자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조력자도 많았지만 검찰이 지난 8일 범인도피 혐의로 강남의 유흥주점 종업원 전모(40)씨를 구속하는 등 포위망을 좁혀오자 이 회장은 심적 압박감을 크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은 “이 회장의 도피 조력자를 구속하고 포위망을 좁혀가며 가족과 지인을 통해 자수를 권유, 설득하는 것을 병행해왔다”며 “도피기간 이 회장이 가족 등과 연락을 취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 검거에 따라 소문만 무성하던 엘시티 사업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역에서는 로비 대상으로 유력 정치인들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핵심은 엘시티 건설 인ㆍ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다. 엘시티 사업은 2006년 부산시의 해운대 4계절 관광단지 조성계획에 따라 2007년 트리플스퀘어(현 엘시티)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며 시작됐다. 2009년 주거시설로 용도변경 되고 2011년 건축허가를 받은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사업비만 2조7,000억원 규모다.
검찰도 당분간 엘시티 불법 자금 조성 규모와 사용처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엘시티 건설 인허가권을 가진 기관에 자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검찰은 지난 3일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 해운대구의회 등 4곳의 인허가 관련 행정기관 4곳을 압수수색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전력을 들며 이번에도 검찰이 로비설을 밝히기는 힘에 부칠 거라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은 1998년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2,000여㎡를 매입해 주거지로 용도변경했을 때도 로비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자 도피 2년여 만에 자수했지만 로비설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로비 실체를 밝히는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허위 용역과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5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사기ㆍ횡령 등)로 엘시티 자금담당 임원 박모(53)씨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시행사 자금 흐름을 볼 수 있는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인허가 관련기관의 압수수색에 대해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현재 압수물품을 분석 중”이라며 “아직 지역 정ㆍ관계 로비 장부나 비선실세 핵심인물인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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