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담당관 김학구 씨… 역대 장관 28명 보좌
국방부 장관실에서 40여년간 근무하며 역대 장관 28명을 보좌한 국방부 70대 직원이 은퇴한다. 국방부는 11일 “국방부 장관실의 김학구(75) 시설담당관이 오는 16일 은퇴한다”며 “한민구 장관이 직접 은퇴식을 주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 11월 서른살의 나이로 국방부 총무과에 들어와 46년간 국방부 직원으로 근무했다. 1969년부터 국방부에서 임시직으로 일한 것을 포함하면 그가 보좌했던 장관은 17대 임충식 장관부터 44대 한민구 장관까지 28명이다. 김씨는 1975년 장관실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41년간 줄곧 장관실을 지켰다.
김씨의 업무는 장관 집무실, 접견실, 보좌관실의 집기류를 포함한 시설을 관리하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새벽 5시쯤 출근해 장관실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장관이 퇴근하면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일과를 마무리했다. 이른 시각에 출근해야 하는 근무환경 때문에 서울 근교에 있는 집에는 주말에만 머무르고 평일에는 줄곧 국방부에 있는 창고에서 잠을 잤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무원 신분이었던 김씨는 1999년 정년 퇴임했지만 일용직으로 재임용돼 지금까지 같은 일을 계속해왔다. 성실성과 책임감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고참격인 근무 경력에도 동료 직원들에게 늘 먼저 인사하는 겸손함을 지녔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씨는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는 사람, 빛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며 “늘 우직하고 성실하며 겸손했던 그를 국방부 직원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