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아임 유어 맨’ 등을 부르며 밥 딜런과 함께 세계적인 음유시인으로 손꼽히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언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코언의 소속사인 소니뮤직캐나다는 이날 공식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악계에서 존경을 받았고 많은 창작을 했던 선구자를 잃었다”고 코언의 타계 소식을 알렸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장례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치러진다.
1934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맥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코언은 작가로 먼저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56년 첫 시집 ‘렛 어스 컴페어 미솔로지’를 냈고 이듬해 소설 ‘뷰티풀 루저’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캐나다에서 대학 교재로 선정되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코언은 30대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66년 미국 뉴욕 포크 음악의 대모로 통했던 주디 콜린스에 곡을 준 것을 계기로 데뷔했다. 코언은 1968년 1집 ‘더 송스 오브 레너드 코언’을 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후반 TV광고 음악에도 쓰인 ‘아임 유어 맨’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프 유 원트 어 러버’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곡은 코언의 낮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특징이다. 또 다른 히트곡으로는 ‘버드 온 어 와이어’ ‘수잔’ ‘할렐루야’ 등이 있다. 그는 200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2010년에는 제53회 그래미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코언은 서정적이면서 문학적인 가사로 특히 유명하다. ‘할렐루야’에서는 성경 속 인물인 다윗을 책 밖으로 끄집어 낸 뒤 종교와 사랑을 버무려 여운이 짙은 노랫말을 만들어 냈다. 경건하면서도 낭만적인 이 곡은 제프 버클리를 비롯해 루퍼스 웨인라이트 등 여러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부르기도 했다. 그는 40여년 간 사랑,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2,000여 곡이 넘는 노래를 썼다.
시인이자 가수로 활동해 온 코언은 가사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스페인의 권위 있는 시상식인 아스투리아스왕세자상에서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딜런은 2007년 예술 부문으로 이 상을 받았다. 코언은 딜런과 함께 수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는 2012년 국제문인단체인 펜 뉴잉글랜드가 선정한 제1회 노랫말 문학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코언은 딜런 보다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더 무게를 두고 음악 활동을 해왔다”며 “유작이 된 새 앨범에선 묵시록적이며 우화적인 가사들을 썼다”고 말했다.
코언의 삶은 소박했다. 그는 1990년대 불교의 정신수행인 선(禪)에 빠져 미국 캘리포니아의 불교 사원 등에 머물며 은둔생활을 했다. “소유 개념이 형편 없다”고 말할 정도로 경제적 개념에 둔감했던 그는 2005년 매니저로부터 50억원이 넘는 돈을 사기 당해 파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음악인으로서의 창작열은 최근까지 뜨거웠다. 그는 지난달 9개의 신곡을 담은 새 앨범 ‘유 원트 잇 다커’를 발표했다. 2012년 12집 ‘올드 아이디어스’와 2014년 13집 ‘파퓰러 프로블럼스’를 연달아 내 후배 음악인들 사이에서 ‘영원한 현역’으로 통했다. 코언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불편하게 죽지 않기를 바란다”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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