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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시] 이정록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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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시] 이정록 ‘비둘기’

입력
2016.11.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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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은 이사 가고 비둘기만 남았다

통보받은 바 없어 명퇴 서류도 준비 못한 공무용 비둘기

차량과 민원과 서류 뭉치가 떠나자 안절부절못한다

평화와 번영과 봉사는 다들 어디로 날아갔나

더 이상 공무도하가는 부르지 않으리

남은 일이라곤 옥상 난간에서 제 알을 굴려 떨어뜨리는 것뿐

사람 없는 빈집에 둥지 틀어 무엇해! 교미도 시늉뿐이다

노른자 흰자 비둘기똥은 박살난 제 알을 빼닮았다

명퇴 서류에 박아넣을 눈알만 붉게 굴려댈 뿐

혼신을 다해 타이핑하던 뭉툭한 부리로

마지막 공무인 양 주차선 페인트 자국이나 쪼아댈 뿐

이정록 ‘비둘기’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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