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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세월호 연내 인양… “이제라도 과정·현장 투명하게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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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세월호 연내 인양… “이제라도 과정·현장 투명하게 공개해야”

입력
2016.11.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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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세월호 사고 해역에 중국 구난구조회사 상하이 샐비지가 바지선을 띄워놓고 선체 인양 작업을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4월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세월호 사고 해역에 중국 구난구조회사 상하이 샐비지가 바지선을 띄워놓고 선체 인양 작업을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당초 정부 발표대로라면 올해 7월에 마무리했어야 할 세월호 인양 작업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정부는 “누구보다 인양을 원하고 있고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인양이 계속 늦어지는 데 이어 최근에는 인양공법까지 일부 수정되면서 일각에서는 애당초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SSC)의 기술력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지난 9일 김영석 장관 주재로 연 세월호 인양전문가 기술자문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선미 리프팅빔 삽입 작업이 늦어지면서 세월호 연내 인양이 어려워졌다”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올해 동절기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작업일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선미작업이 연내에 끝날 지 안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선미작업은 원래 배꼬리 주변에 쌓인 흙을 제거하고 그 밑으로 굴착장비를 넣어 여유공간을 확보한 뒤 리프팅빔을 삽입하는 순으로 진행됐으나, 선미와 맞닿아 있는 퇴적층이 예상했던 것 보다 단단하고 불규칙해 작업공정이 더디게 진행됐다. 이에 지난달 31일 선미를 들어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선미들기’로 공정을 변경했다. 선체 둘레에 와이어를 걸어 선미를 1.5m 들어 올린 뒤 일시에 끼워 넣는 것이다. 현재까지 전체 10개 리프팅빔 중 3개를 설치했다.

세월호 연내 인양은 좌절됐지만, 선미들기 후속공정인 선체인양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해수부는 이날 기술자문회의에서 선체인양 공법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체 인양시 리프팅빔을 들어 올리는 ‘해상크레인’을 ‘잭킹바지선(2척)’으로, 선체를 부두로 운송하는 ‘플로팅도크’는 ‘반잠수식 선박’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려 했던 해상크레인과 플로팅도크는 겨울철이 되면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 세월호 침수 지역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래 세월호 인양이 7~8월로 예상됐던 만큼, SSC도 비동절기 인양을 목표로 겨울철 북서풍 영향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기존 장비로 하려면 북서풍이 잦아드는 4월에야 선체인양이 가능하지만, 변경된 공법으로는 겨울에도 작업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잭킹바지선은 유압잭(유압으로 와이어를 당겨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는 데 사용)을 바지선에 탑재해 높게 치솟는 해상크레인보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인양력 또한 2만3,000톤으로, 해상크레인(1만2,000톤) 보다 커서 작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반잠수식 선박도 플로팅도크보다 잠수 깊이는 낮지만, 길이가 100m 가량 더 길어 세월호 선체를 안정적으로 실을 수 있다. 적재 가능능력도 5만3,000톤으로 플로팅도크(1만8,000톤)보다 크다. 플로팅도크와 달리 예인선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고, 미세위치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반잠수식 선박의 장점이다.

하지만 선미작업 공정을 변경한 데 이어 선체인양 공법까지 일부 변경되자 SSC의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SSC가 제안한 공법은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 사이에서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수부가 SSC를 채택해 다들 의아해 했다”라도 말했다. 하지만 SSC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장옌 SSC 부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월호 해저면 상태와 기상 때문에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일 뿐 기술력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양이 늦어질수록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미수습자 수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양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등의 과정에서 선체가 계속 훼손돼 진상규명을 위한 증거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선수들기 과정에서 세월호에 연결된 와이어가 갑판을 파고 들어 갑판 일부가 파손됐다. 이와 더불어 현장에 배치된 인력의 피로도 누적도 문제다. 현재 인양현장에는 61명의 잠수사를 포함해 24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1년 넘게 지속된 작업 때문에 현장인력의 피로도가 매우 높고 스트레스도 엄청나다”라며 “여러모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SSC와의 계약이 올해 말까지인데다 SSC가 지금까지 세월호 인양을 위해 쓴 금액이 인양성공 후 받을 금액을 훌쩍 넘었다는 점에서 SSC가 남은 일정을 책임감을 갖고 지속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SSC는 인양과정을 3단계로 나눠 각각의 단계를 마무리할 때마다 보수를 받으며 현재 1단계인 잔존유 제거 및 유실방지 완료로 전체 계약금액의 25%인 213억원을 받았다. 나머지는 세월호 선체 해상인양 및 지정장소 접안 완료(2단계·468억원), 세월호 육상거치 및 최종보고서 제출(3단계·170억원) 후 받을 수 있다. 장옌 부사장은 “우리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성공적으로 끝낼 것”이라고 했지만, “명성에 기반한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지적이다.

이제라도 해수부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공개하고, 앞으로의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영빈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정부가 국가 잠수함도 아닌 세월호를 인양하면서 군사보안작전처럼 모든 접촉을 막고 SSC에만 의존하고 있다”라며 “인양 현장과 관련 자료, 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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