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면서 이에 따른 업계 내 ‘지각변동’이 앞으로 계속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10일 PCA생명의 지분 전량을 1,700억원에 현금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 8월말 기준 총자산이 27조9,000억원인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총자산 5조3,000억원) 인수를 통해 ING생명(총자산 31조5,000억원)을 제치고 자산 기준 업계 5위로 도약하게 됐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업계 자산 1위는 삼성생명(241조2,000억원)이다. 한화생명(105조4,000억원) 교보생명(89조9,000억원) NH농협생명(60조2,000억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외 중상위권으로는 ING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26조3,000억원), 동양생명(26조원), 흥국생명(24조7,000억원) 등이 있다.
PCA생명보다 ‘덩치’가 큰 매물이 시장에 줄줄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생보업계 지각변동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중국 안방보험은 올해 알리안츠생명(총자산 16조8,000억원)까지 사들였다. 안방보험은 8월 금융위원회에 알리안츠생명 인수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는 등 막바지 인수절차를 밟고 있다. 만약 안방보험이 알리안츠 생명 인수를 마무리 짓고 동양생명과 합병한다면 총자산 42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생보사가 새롭게 탄생한다.
이밖에 현재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경매 호가(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4곳 이상의 인수 후보군과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홍콩계 PEF인 JD캐피탈과 중국계 태평생명, 푸싱그룹, 안방보험 등이 시장에 알려진 인수 후보자들이다. ING생명 매각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업계의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총자산 16조6,000억원의 KDB생명도 현재 85%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13일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외국계 자본 2곳이 응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속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2단계)이 도입되면 자본확충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부르는 가격이 낮아지면서 거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실제로 10일 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을 인수한 가격은 1,700억원으로 애초 시장에서 예상하던 적정 가격인 3,00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4월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불과 300만 달러(약 35억원)라는 헐값에 인수해 시장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8월부터 진행되는 ING생명 매각 협상이 3개월이 되도록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가격에 대한 이견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4 2단계 등의 이슈가 있어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생보사의 가격이 낮아지는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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