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대구ㆍ경북 민심]
초재선 의원들 긴급 간담회
새누리 집단 탈당 움직임 속
민주 입당 문의전화 5배 급증
“경로당에 계시던 한 어르신께서 박근혜 대통령을 그 ‘가○○’(계집아이를 뜻하는 영남방언) 라고 하더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경북(TK) 민심이 폭발 직전이다. 거리 곳곳에 ‘하야’ ‘탄핵’ 등의 현수막이 걸리고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 지역 한 중진 의원은 10일 “박 대통령을 호칭하는 이 한 마디에 지역 민심이 다 담겨있다고 본다”며 “이대로라면 (정권 재창출의) 가망이 없다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구 지역 한 의원도 “주말 지역구 행사에 가기가 겁이 날 정도로 무섭게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며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민심이 심상치 않자 TK 초ㆍ재선 의원 10여명은 전날 윤재옥 대구시당, 백승주 경북도당 위원장 주재로 긴급 간담회를 열어 민심 다독이기와 지역 예산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지역에 상주하지 않는 국회의원과 달리 주민을 직접 상대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위기감은 수위가 더 깊었다. 대구 한 구청장은 “워낙 전폭적으로 박 대통령을 지원했던 탓인지 실망감도 어마어마하다”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한 쓴소리가 워낙 커 행사장에 나서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고, 대선을 조기에 치러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다”고 했다.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발표로 경북 김천과 성주에서 700여명의 집단 탈당을 경험한 새누리당 대구시당ㆍ경북도당은 탈당 러시에도 대비하고 있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당원들 사이에선 ‘조금만 더 지켜보겠다’는 차가운 분위기인데 큰 일이 일어나기 직전의 고요함 같다.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여권에 대한 실망감은 TK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이 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최근 2주일 간 입당 문의가 매일 30건 가까이 되며 이는 평소보다 5배가량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 기간 대구시당에 150여명, 경북도당에는 250명이 입당했다.
TK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역전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 2주차 정례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5.2%로 오차범위 내에서 새누리당(23.2%)을 앞질렀다. 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지난주(13.1%)보다 1.9%포인트 오른 15.0%였지만 부정평가는 80.4%로 사실상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9%), 스마트폰앱(40%), 무선(26%)ㆍ유선(15%)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7일 11.7%, 8일 13.8%, 9일 13.4%였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포인트로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