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문서를 최순실씨에게 보여주라고 지시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자료를 최씨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으라”고 지시했고, 이후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건을 보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는 물론 군사ㆍ외교 등의 기밀 문건 유출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는 명백한 물증인 셈이다.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이 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최씨의 국정농단에 비서관 3인방이 깊이 관여한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사이버 보안 책임자로, 그의 승인 없이는 청와대 기밀 문서 반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가 청와대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칼날이 대통령 턱밑까지 갔음을 시사한다.
최씨 국정농단 의혹의 또 다른 줄기인 미르ㆍK스포츠 재단 대기업 모금 과정에서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 나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이 대기업 모금을 세세하게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대기업 총수들을 비공개로 독대해 모금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들도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강요에 의해 기금을 출연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제3자 뇌물공여나 포괄적 뇌물죄 등의 주범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조만간 박 대통령 조사 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잊지 않더라도 시늉뿐인 조사는 안 된다. 최소한 직접 얼굴을 맞대는 방문조사는 이뤄져야 한다. 국민을 납득시키려면 한 점 남김없이 의혹을 밝혀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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