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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담 커지는 한미동맹

입력
2016.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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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세계는 어디로

연도별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연도별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일본이나 독일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초기 한미관계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성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 미국의 국익 관철을 위해서는 동맹국과의 협상에서도 최대한 불확실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선 기간 중 그가 내놓은 한미관계에 대한 급진적 주장 가운데 상당수는 정통 공화당 참모와 국무부 관료들에 의해 수정 혹은 폐기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때 내놓았던 ▦주한 미군 철수 ▦한국의 핵무장 용인 등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선인이 미련을 버리지 못해도 미국의 잘 발달된 관료제와 한미군사 동맹의 가치를 존중하는 공화당 전문가 집단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고, 그 역시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 확실한 것은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이 군사ㆍ경제적 측면에서 치러야 할 부담 규모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군사부문에서 주한 미군 주둔에 따른 한국측 분담금은 미국 측 요구에 따라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동맹국의 분담금을 늘려 절감된 예산을 국방력 강화에 투입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군 주둔 비용의 60% 가량인 9,320억원을 지불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가능한 최대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간 협상에서 불거진 이견이 우리 국민의 감성을 자극할 경우, 한미관계 훼손과 우리의 안보이익이 손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측의 파상공세를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미동맹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ㆍ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분야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돌발적인 덤핑관세 부과 등 무역보복 가능성이 우려된다. 중국을 1차 타깃으로 삼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한 뒤 고율의 보복관세를 때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연도별 대미 무역흑자
연도별 대미 무역흑자

한미 FTA와 관련, 워싱턴의 통상문제 전문가들은 자동차, 철강 분야에 대한 대비가 특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조업 보호주의 성향인데다가, 이번 대선에서 그의 당선을 가능하게 한 몰표가 미국의 제조업 본거지인 오하이오, 미시간 주 등 ‘러스트 벨트’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미간 양자 현안이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이 고조될 경우 한미관계는 미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북핵ㆍ남중국해ㆍ통상 등의 분야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보다 마찰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할 경우, 이 틈을 비집고 아ㆍ태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철저한 ‘고립주의’ 대신 분담금 증액으로 동맹관리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영향력은 유지하는 ‘역외 균형자 전략’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강하게 형성된 경제적 상호의존성으로 미ㆍ중은 상대방을 겨누는 대신,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줄 세우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유사한 상황에 수시로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국론분열을 억제하는 가운데 외교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논의 과정을 우리 측이 부족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력’제공 약속 이행을 태평양 괌 기지에 전략폭격기를 배치하는 정도 수준으로 그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실효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 새로운 한미관계가 필요하다면, 호혜적인 방향으로 조율돼야 한다는 얘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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