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위장엔 국가 폭력’ 인식
최루탄ㆍ물대포 공포 남아 있어
앱ㆍSNS서 행동수칙 적극 공유
안전 대책 등 자구책 마련 열공
2. 12일 광화문에 최대 시위대
민중총궐기 주최측 50만 공언
민주노총 등 사회단체도 참가
“충돌 우려… 다양한 팁들 준비”
대학생 김진아(22ㆍ여)씨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퇴진 2차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전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장면을 TV로 자주 접했던 터라 혹시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집회시위 제대로’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은 뒤 고민을 말끔히 해소했다. 김씨는 10일 “연행이나 채증 등 경찰 대응에 대한 유형별 대비책이 앱에 잘 정리돼 있어 두려움 없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집회 참가 요령을 익히기 위한 ‘열공’에 빠져들었다. 12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 대회가 현 정부 최대 규모의 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집회 참가 시 주의해야 할 점을 검색해 보거나 관련 앱을 다운로드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던 지금까지 집회와 달리 ‘나홀로 참여족(혼참족)’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집회 현장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안전 대책은 혼참족이 가장 많이 찾는 콘텐츠다. 지난해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개발한 ‘집회시위 제대로’ 앱은 “최루액과 물대포에 대비해 생리식염수나 우비 등을 준비하라” “경찰 불심검문에 응할 의무는 없다” 등 돌발 상황에 따른 상세한 대비법을 소개한다. 이 앱은 5일 촛불집회 직전 2,500건 넘게 다운로드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집회시위 제대로 앱’ 개발자인 뎡야핑(활동명)씨는 “시위 관련 근거 법령 및 판례도 제공해 시민들이 집회에서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는 ‘집회행동 수칙’이라는 카드뉴스가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판사가 올린 글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경찰이 불법 행위를 할 경우 동영상 촬영을 해야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등 법률 지식을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12일 예정된 민중총궐기 대회도 집회 참여자들이 안전방안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주최 측은 광화문광장에만 50만명 참여를 공언하고 있으나 이날 집회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 노조와 사회단체 회원들도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충돌 우려가 적지 않다. 주부 안모(38ㆍ여)씨는 “초등학생 자녀 둘과 집회에 나갈 생각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격해질까 봐 발광다이오드(LED) 촛불 사용법 등 여러 팁을 휴대폰에 저장해 놨다”고 전했다. 특히 과거 독재정권을 경험한 50ㆍ60대에는 최루탄의 기억이,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젊은 세대에는 물대포의 공포가 선명히 남아 있어 자구책 마련에 관심이 높다.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왔던 교사 표모(52)씨는 “1987년 민주화항쟁 당시 평화시위를 곤봉으로 진압했던 공권력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적 권리와 행동 지침을 구비하는 집회 참여자가 늘어난 현상은 시민의식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조직화된 시위보다 개개인들이 보다 주도적으로 집회 참여를 결정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실시간 소통ㆍ공감이 가능한 첨단매체의 도움으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설 용기를 갖게 됐다”며 “그만큼 이번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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