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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행복연구소장 “덴마크 행복지수가 유독 높은 건 ‘휘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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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행복연구소장 “덴마크 행복지수가 유독 높은 건 ‘휘게’ 때문”

입력
2016.11.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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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개인의 행복에 있어서 부패 없는 정치, 믿을 수 있는 정책을 펴는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인들이 세금을 많이 내면서도 만족하는 것은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위한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개인의 행복에 있어서 부패 없는 정치, 믿을 수 있는 정책을 펴는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인들이 세금을 많이 내면서도 만족하는 것은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위한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부와 삶의 질이 연결되지 않아

한국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

행복해지려면 남과 비교 말고

주변과 좋은 관계 이어가야

“한국은 행복 연구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단기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부의 축적이 삶의 질로 잘 연결되지 않고 있는 나라죠. 삶의 질이 많이 좋아졌는데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독특해요.”

마이크 비킹(38)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4일 서울 강남의 호텔에서 “한국은 1인당 GDP가 세계 29위인데 행복지수는 58위에 불과하다”며 “사회적으로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일과 가정의 균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특히 상대적으로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중 하나로 “남과 비교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남들이 얼마나 가졌는지 비교하면서 더 불행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부모와 사회가 기대하는 학교에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죠.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데도 항우울제 처방률은 꼴찌에서 두 번째입니다.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워 정신적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덴마크는 유엔이 올 초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지수 1위에 올랐다. 전반적으로 복지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덴마크의 행복지수가 유독 더 높은 이유는 뭘까. 그는 ‘휘게’에서 답을 찾았다. 최근 국내 출간된 자신의 저서 ‘휘게 라이프’(위즈덤하우스)의 주제이기도 하다. 덴마크어 휘게(hygge)는 영어로 옮기면 ‘coziness’(안락함, 아늑함) 정도가 가장 가깝겠지만 여기에는 함께한다는 느낌, 평등, 화목, 따스함 등이 빠져있다고 그는 책에서 설명한다.

‘휘겔리한 삶’을 위해 그는 책에서 십계명을 제시한다. ▦촛불이나 벽난로, 어두운 조명으로 만든 분위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달콤한 음식 ▦TV시청이나 보드게임 등 함께하기 ▦매사에 감사 ▦경쟁 대신 조화 ▦편안한 휴식 ▦정치 이야기는 나중에 ▦추억 나누기 ▦평화롭고 안전한 보금자리

덴마크와 매우 다른 환경에 처한 한국이 휘겔리한 삶을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나고 자란 나라가 어디인가에 따라 행복지수가 크게 다를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잘 형성돼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그동안 너무 소득에만 집중했습니다. 물론 소득이 어느 정도 높아져야 행복지수도 올라가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오른다고 더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일과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분배하는 데 힘을 써야 합니다.”

비킹 소장은 행복연구소에 가장 많은 문의를 해오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살을 살아갈 수 있는 자유, 사회적 지지, 이타주의, 청렴한 정치에 한국이 좀 더 집중했으면 싶다”고 조언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가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지지다. 어려울 때 의존할 수 있는 사람들, 즉 가족과 친구, 이웃, 직장동료 등과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킹 소장은 덴마크 외교부를 거쳐 민간 싱크탱크 ‘먼데이 모닝’에서 일하다 롤 모델이자 친한 친구였던 직장 상사와 어머니를 잇달아 잃고 나서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상사와 어머니 모두 마흔아홉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제가 서른셋이었는데 앞으로 15년밖에 살지 못하다면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 평소 관심이 있고 열정과 에너지가 있었던 행복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덴마크인들이 유독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행복을 연구하는 그의 행복지수는 얼마일까. 그는 “덴마크라는 좋은 나라에서 태어났고 건강한 가족과 좋은 친구들을 두고 있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10점 만점에 10점이다.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전 세계 4%밖에 안 된다는데 그 안에 들어간다니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환히 웃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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