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성차별 발언, 튀는 행동으로 ‘이단아’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언행이 사실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선거캠프가 트럼프 웹사이트에서 ‘무슬림을 미국에서 추방해야 한다’라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최근 삭제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당시 “무슬림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선거기간 내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하지만 선거 당일인 8일 아침까지만 해도 접속됐던 페이지가 캠프 기부금 사이트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對) 무슬림 과격발언으로 백인 남성층의 지지를 얻어 낸 트럼프가 막상 당선 후에는 슬그머니 관련 발언을 삭제하고 현실 정치에 집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튀는 언행’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특유의 전략이라는 분석은 선거 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야” “멕시코계 이민자들은 성폭행범” “(폭스 뉴스 앵커 메긴 켈리에게) 빔보(머리가 빈 섹시한 여자)” 등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왔다. 이와 관련,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9월 한국 국회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급속한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트럼프 발언은 대선용”이라며 “선거를 의식한 발언에 너무 반응하지 말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진위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트럼프가 1998년 당시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트럼프는 당시 인터뷰에서 “출마한다면 공화당으로 나가겠다. 그들은 제일 멍청한 유권자 그룹이기 때문이다. 내가 뭐라고 거짓말을 하든 그들은 믿을 것이고 내 지지율은 대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튀는 언행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로버트 라이시(70) UC버클리 공공정책과 석좌교수는 “보통 정치인이라면 정치생명을 걸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막말들을 쏟아냈지만, 이는 다수의 미국인이 마음속으로 동의하던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트럼프의 전략에 미디어가 농락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경우 ‘모범생’다운 행보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대신 트럼프는 도를 넘는 언행으로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때문에 트럼프는 큰 돈 들이지 않고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지적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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