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2, 3달에 한 번씩 새로운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더니 신곡 활동을 마무리하기 무섭게 새 앨범으로 무대를 두드린다. ‘공백기’란 단어가 적어도 아이돌 그룹 시장에선 낯선 용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데뷔한 걸그룹 트와이스는 1년 동안 미니앨범을 세 번이나 발표했다. 발표 주기로만 따지면 4개월마다 앨범 하나씩을 낸 셈이지만 보통 한 곡 당 2, 3달씩 활동하는 걸 감안하면 거의 쉴 틈이 없이 달려왔다.
지난달 30일 발표 이후 9일 현재까지 8개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TT’를 비롯해 데뷔 곡 ‘우아하게’, 지난 4월 발표한 ‘Cheer Up’은 지금까지도 100위권 차트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마무는 지난 2월 ‘넌 is 뭔들’이 수록된 정규앨범을 발표한 지 9개월 여만인 지난 7일 신곡 ‘데칼코마니’로 컴백했다. 하지만 그 사이 디지털 싱글 앨범을 세 차례나 발매했던 까닭에 공백이라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지난 8월 무더위 속에 데뷔한 뒤 겨울이 오기 직전인 지난 1일 두 번째 앨범을 꺼내든 블랙핑크, 지난해 ‘학교 3부작’ 앨범을 연달아 내놓은 여자친구,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도 특별한 공백이랄 게 없이 활동을 이어간 경우다.
이들은 멤버들 중 일부만 앞세운 이른바 ‘유닛’(Unit) 활동으로 공백을 메우기도 한다. 이달에만 엑소-첸백시(EXO-CBX), 블락비 바스타즈, 세븐틴 힙합팀 세 팀이 유닛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이처럼 쉴 틈 없는 활동 전략으로 아이돌 그룹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을 수 있다. 짧은 주기로 발표하는 곡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앞세워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팬들 입장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돌 그룹에 대한 지지도와 그에 따른 충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가진 그룹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진을 겪는 분위기다. 지난 9월 1년 2개월 만에 정규앨범을 낸 에이핑크가 음원차트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9일 1년 3개월 만에 12번째 앨범을 발표한 티아라도 이날 공개된 신곡 ‘TIAMO’가 음원차트 100위권 내 하위 순위에 겨우 이름을 올리는 등 음원 성공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음원시장을 비우는 기간이 길수록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에게 경쟁력을 빼앗길 가능성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음악 시장이 음원차트 중심으로 바뀐 상황에서 점유율 싸움이 전보다 치열해졌다”며 “공백 없이 음원을 발표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이돌 그룹 시장의 한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