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와 朴대통령 동급 대우 정황도
정호성(47ㆍ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최순실(60ㆍ구속)씨와의 통화 내용까지 녹음해 둔 이유에 대해 검찰에서 “박 대통령 퇴임 후 회고록 등의 책을 쓰는 데 참고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박 대통령과 동급으로 대우한 정황도 드러났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최근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최씨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아직도 삭제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박 대통령이 퇴임한 뒤, 내가 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 등에 대한 책을 집필키로 해서 그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고자 남겨 뒀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최씨와의 대화도 박근혜정부의 국정 현안의 일부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녹음파일에선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의 일정이나 의제 등을 논의하는 내용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비서관은 특히, 최씨에 대해 박 대통령과 ‘동급 대우’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앞서 그가 과거에 쓰다 만 휴대폰 2개에서 박 대통령이나 최씨와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다수를 발견했다. 직속상관인 박 대통령, 민간인에 불과한 최씨와 각각 나눴던 대화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의 경어체나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최씨가 마치 상사인 것처럼 정 전 비서관에게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검사나 수사관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사실상 ‘두 명의 VIP(대통령)’를 모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 지시를 더 잘 이행하고 훗날 사료(史料)로 활용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의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런 공식 직책이 없는 최씨와의 대화까지 굳이 보존해 둔 점은 이번 정부에서의 최씨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근거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진짜 이유에 대해선 좀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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