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종잡기 힘든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북한에 미칠 영향을 두고 북한도 복잡한 수 계산에 들어간 셈이다.
다만 북한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은근한 기대감을 표명한 적이 있어 호재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 데다 대북정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새로운 판을 짜는 과정에서 북한이 파고들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가 ‘이단아’ 기질을 발휘한다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흔들 수도 있다.
북한의 국제문제연구소 리종열 부소장은 지난 4월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완전히 터무니없고 비논리적인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에 핵 프로그램 포기를 요구한 반면 한국은 핵무장을 허용하겠다며 북한을 자극했다.
하지만 6월 초 인터넷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막말후보나 괴짜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모두 철수하겠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도 관여하지 않겠다’ 등 북한에 유리한 트럼프 당선인의 여러 발언을 소개했다. 이 매체는 “미 국민이 선택해야 할 후보는 우둔한 힐러리 보다 조선과 직접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일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두둔했다. 지난 9월말 북한을 방문했던 한 일본 언론인은 “북한 당국이 미국 대통령 결과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듯 했다”며 “어떤 사람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확실히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앞서 8일 “북한은 ‘한국 안보는 한국이 지키라’고 강조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비핵화를 위한 강경조치를 주문한 클린턴에 비해 안보에 위해가 덜 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무리 트럼프라도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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