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은 결국 증세효과
대구시가 2017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담배소비세 세입을 2016년도 예산안보다 21%나 높은 1,400여 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기 전인 2014년 세입보다 200억원 가까이 많은 금액으로 담배 소비가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정부의 금연정책이 무색해지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2017년도 예산안 세입 항목에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를 1,408억7,7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 연말 편성한 2016년도 예산액 1,160억1,300만원보다 21.43% 증가한 수치다.
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KT&G와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 등 국내 3개 담배 제조사의 담배 반출량이 2014년 동기에 비해 82% 수준을 회복했다.
시는 반출량 추세에 비춰볼 때 올해 거둬들일 담배소비세를 1,400억원 정도로 추산했으나 내년에는 흡연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올해 실제 세입과 비슷한 규모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구시는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1,215억원보다 200억원 정도 더 많은 담배소비세를 거둬들이게 된다. 내년에도 예산안 기준 193억원(16%)을 더 거둬들이게 된다.
이는 지난해부터 갑당 2,500원인 담배가 4,500원으로 인상된 후 판매량은 18% 감소한 셈이지만 담배소비세는 갑당 641원에서 1,007원으로 57.1% 올랐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담배 반출량이 가격 인상 전인 2014년의 82%에 이르렀다”며 “최근 건강에 신경쓰는 시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흡연률이 상한선까지 도달한 것으로 판단,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반출량 기준에 맞춰 편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2015년 예산액을 1,091억8,800만원으로 편성했으나 담배반출량이 67%에 이르면서 지난해 실제 담배소비세는 1,257억원이 걷혔다.
이에 따라 담뱃값 인상 첫 해인 지난해에 이미 2014년보다 42억원 더 걷혔고, 올해와 내년에도 각 200억원 정도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대구시 담배소비세도 세입 편성액보다 240억원이 더 걷힐 예정이어서 내년도 실제 세입도 예산안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구 동구 김모(48ㆍ회사원)씨는 “정부가 국민건강을 지키고 흡연인구를 줄이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이런 추세라면 흡연 인구를 크게 줄이지도 못하고 높은 세금으로 서민가계에 부담을 줄 뿐”이라며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담뱃값을 인하하고 다른 대책을 내놔야 정직한 정부”라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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