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의 의혹 터져 나올쯤
“측근 김성현 미르재단 부총장이
거주지 컴퓨터 치워” 증언 나와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해외에서 사실상 도피생활을 하면서 측근들을 통해 국정농단 관련 의혹들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한국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차씨의 최측근으로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을 지낸 김성현(43)씨가 10월 중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거주지에서 “컴퓨터를 들고 나가는 것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씨가 살던 건물 관계자는 “지난달 21, 22일쯤 김씨가 처음 보는 남성 2명과 함께 컴퓨터를 빼 갖고 나갔다”며 “갑자기 컴퓨터를 들고 나가 의아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살던 건물은 지난해 12월까지 차씨가 지인과 공동으로 소유했던 곳으로, 김씨는 미르재단 설립을 준비하던 시기인 지난해 5월경부터 이곳에서 거주해 왔다.
관계자들이 증언한 지난달 21, 22일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최순실(60)씨와 차씨의 의혹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시점으로, 검찰 수사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증거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한국일보 확인 결과 김씨는 컴퓨터를 치우고 일주일쯤 후인 지난달 28일 오전 이후 해당 건물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7일 검찰 조사 때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공교롭게 28일은 차씨가 한 언론을 통해 “다음주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날이기도 하다. 차씨가 해외에 있는 동안 국내에 있는 배우자를 통해 부동산을 처분하고, 자신의 회사에 업무 지시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라 김씨를 통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뒤, 귀국 시점을 조율했을 가능성도 예상된다.
김씨는 최근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뒤에서 지시하는 사람이 누구냐. 만나자”고 했더니 나타났다는 인물로, 그래픽디자이너로서 광고업계에서 차씨와 맺은 친분을 통해 미르재단 뿐 아니라 K스포츠재단 업무에도 깊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상무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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