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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 ‘트럼프 쇼크’ 폭격에 쑥대밭

입력
2016.11.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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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시계 제로’ 공포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유일호(맨 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유일호(맨 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기습 융단폭격에 9일 전세계 금융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주요국 증시가 예외 없이 폭락한 가운데, 잔뜩 겁에 질린 시중자금은 엔화, 채권, 금 등 안전자산으로 긴급 대피했다. 향후 트럼프가 이끌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에 몰고 올 일대 격변을 앞두고 시장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공포에 휩싸인 양상이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5%(45.00포인트) 급락한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리란 전망 속에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마다 선전 양상을 보이면서 오전 10시15분께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3.92%(24.45포인트)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 작년 2월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6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5.36% 폭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2.98%나 주저 앉았다. 이날 글로벌 증시의 패닉 양상은 정치, 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극단적 공약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후보 당선이 가져올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심리를 반영하듯 각종 통화와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요동쳤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20원 넘게 급등한 끝에 전날보다 14.5원 오른 1,149.5원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 기간 내내 이민 문제 등으로 각을 세웠던 멕시코의 페소화 환율은 이날 선거 개표 도중에만 10%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는 달러당 101엔대까지 수위를 낮추며 가치가 급등했고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 역시 급등해 이날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금값은 1g당 4.13% 상승한 4만8,93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잇따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비상 대응체제’로 전환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 등) 최근 국내 상황과 (트럼프 당선 여파가) 결합하면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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