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침만 맞으면 일자리를 주겠다고 노인과 장애인을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일자리 제공을 미끼로 의료생협 가입비와 투자금을 받아 빼돌리고 건강보험 급여를 부정 수령한 혐의(사기 및 의료법 위반 등)로 변모(60ㆍ여)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변씨는 의료생협을 설립하면 의사면허 없이도 병원을 세우거나 운영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그는 2013년 5월부터 최근까지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상대로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월 급여가 120만원인 일자리를 주겠다”고 속여 1,200여명에게서 가입비와 투자금 명목으로 6억원을 뜯어냈다. 또 생협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치과검진을 받거나 6개월 동안 침을 72차례 맞을 경우 김치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꼬드겼다. 불필요한 진료를 받게 하면서도 마치 혜택을 준 것처럼 속인 셈인데 그는 이런 식으로 본인부담금 11억원을 면제해주고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공단 부담금 21억원을 받아 챙겼다.
노인과 장애인들은 공짜 진료에 취업까지 할 수 있는 말에 넘어가 앞다퉈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피해자 중에는 최대 2,000만원의 투자금을 낸 사람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신규 조합원을 많이 모집하는 기존 조합원들에게 실적에 따라 직급을 부여하는 등 다단계 방식으로 생협을 운영했다”며 “일부 피해 노인들은 여전히 변씨가 일자리를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변씨가 의료생협 설립 전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도 적발하고 공모자인 치과의사 딸 김모(32ㆍ여)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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