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 일제히 “이변에 가깝다”… 美와 갈등 뻔해 불편한 심경, 시진핑은 “트럼프와 협력 확대”
日, TPP 어려워질 전망에 우려… 내주 총리보좌관 美 파견키로
英 메이 총리 “긴밀한 파트너로”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소식에 주요국 정부와 언론들은 대체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당장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 비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이익을 크게 강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외교, 안보, 통상 등 모든 분야에 있어 큰 변화가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력과 군사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미국과 맞서왔던 중국은 트럼프의 당선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내내 당선될 경우 중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미군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 표명해왔다. 일본은 미국과 가장 끈끈하게 동맹관계로 묶여있지만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탐탁해 하지 않고 있어 복잡한 심경이다.
9일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당선은 이변에 가깝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판단하며 그의 일대기를 집중 보도해왔던 중국 매체들은 불편한 반응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인터넷 매체 왕이망(網易網)은 ‘역대 가장 형편없는 후보가 미 대선에서 이겼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인 60%가 싫어한다고 밝힌 비호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전했다. 환구망(環球網)도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 전통 정치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라며 “미국의 문화대혁명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봉황위성TV는 “이번 선거는 미국사회의 심한 분열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중국과 미국은 최대의 발전을 이룬 주요 2개국(G2)이다”라며 “트럼프와 함께 상호 존중 원칙에 따라 협력을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라 원래 평론하지 않는다”라며 “미중 무역관계에 분열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관계는 반드시 상호 공통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에 비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협력’에 방점을 찍는 등 중국 정부도 트럼프의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은근히 기대했던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이 강화해온 양국 동맹의 성과가 위협받을 수 있으며 TPP 발효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에 따라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며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맺어진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새 정부와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라며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총리보좌관을 내주 미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미국과의 동맹은 양국 외교의 기축”이라며 변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승리선언 직후 “위기에 처한 미-러 관계개선 등에 있어 공동작업을 해나가길 바란다”라며 신속히 축하 전문을 보냈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동안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역설했고, 푸틴도 이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 당선시 미러 관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시절 ‘영원히 변하지 않을 적’이라 규정했던 이란 정부는 핵 협상 파기를 우려한 듯 미국 새 행정부의 국제적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미 대통령이 합의와 책무를 준수하는 것”이라며 축전을 대신했다.
미국과의 ‘특수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성명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며 “양국이 강력하고 긴밀한 파트너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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