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권을 거머쥐면서 우리 정부도 초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컨트롤타워 부재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가 터지자 관련 부처, 기관들은 숨가쁜 대응에 나섰다.
9일 오전 기획재정부가 최상목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 때만 해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전 11시 전후 트럼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당초 오후4시30분으로 예정됐던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의 대외경제장관회의는 30분 앞당겨져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트럼프 후보자의 경우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주요국에 대한 환율 관련 압박 강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국간 협의채널 등을 적극 활용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통화당국 역시 대책 마련에 부산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1,15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이 확산되자 오후 2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주력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금융사들에게 “만일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도록 지도해달라”(진웅섭 금감원장)고 주문한 데 이어 오후 4시에는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을 긴급 소집해 외화자금 상황 모니터링 등 비상 대응체계 가동을 당부했다.
금융위 역시 오후 5시 금감원과 합동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 등 대외 충격에 따른 대응체계를 보다 견고히 해야 한다”며 “금융시장 불안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적기에 증시안정 대책 등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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