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특강ㆍ무료 스터디룸 제공
채용 안내하는 무인시스템도
취업 준비 비용 높아지는 현실
계층 간 격차 완화하려는 시도
연말까지 40곳으로 늘릴 계획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 일명 ‘카공족’들이 자리를 메운 요즘 흔한 카페 풍경이 펼쳐졌다. 특이한 점이라면 카페 한편에 ‘취업 상담’이라는 푯말을 사이에 두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눈에 띈 것. 서울시가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올해 5월말 선보인 일자리카페 1호점 미디어카페 후를 찾은 취업 준비생 김정경(27)씨가 취업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음대 관현악과를 졸업한 김씨는 “상담심리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했지만 희망하는 진로인 직업상담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좀 더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카공족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카페가 학습공간으로 변모하는 요즘, 서울시가 카페에 복지 서비스 공간이라는 새로운 옷을 덧입히고 있다. 시는 청년들에게 일자리 정보와 스터디룸을 제공하는 일자리카페를 시내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카페 일부 공간에 취업포털의 채용정보 등을 볼 수 있는 무인종합정보안내시스템(키오스크)을 설치하고, 스터디룸을 무료 제공하는 일종의 일자리 지원센터다. 진로 취업 상담과 전문가 취업특강 등의 프로그램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9일 기준 10곳이 운영 중으로, 이달 안으로 18곳까지 늘어난다. 시는 일자리카페를 연말까지 40곳, 2020년에는 총 3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카페가 복지공간이 된 것은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업 준비의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그에 따른 계층 간 격차도 벌어지고 있어서다. 인터넷 정보 홍수 속에 정확한 정보를 가려내는 게 중요해지다 보니 요즘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이 필수다. 자연히 면접 준비 등을 함께할 수 있는 스터디 공간의 수요도 높다. 이날 미디어카페 후의 스터디룸에서 만난 대학생 김태연(22)씨는 “함께 통신사 면접을 준비하는 다른 학교 친구들과 모의 면접을 준비 중”이라며 “같은 기업 입사 희망자끼리 모이니 학교에서 얻는 정보보다 훨씬 집약적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일자리카페를 방문했다”는 그는 “스터디 카페를 찾을 일이 많아 이용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무료로 스터디룸을 이용할 수 있어 일자리카페를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원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게 보편화된 청년 세대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몸에 배기도 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일종의 낙인에 대한 우려도 이들이 일자리카페를 찾게 되는 이유다. 김정경씨는 “공공기관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카페는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장소여서 취업 상담뿐 아니라 일자리카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종종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스터디룸을 예약할 수 있는 공간 공유 사이트 스페이스 클라우드(spacecloud.kr)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이용 계층이 아직은 한정적이다. 시는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job.seoul.go.kr)에 연동되는 예약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민간 카페의 일부 공간을 활용하는 만큼 일자리카페의 커피값이 특별히 저렴한 것도 아니다. 시 관계자는 “커피를 주문하지 않고 취업 상담을 받거나 스터디룸만 이용해도 일반 카페처럼 눈치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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