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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경복궁 옆 한류체험공간사업 뒤에도 차은택”

입력
2016.11.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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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에 공들이다 결국 지난해 8월 한류문화체험공간을 만들기로 한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개발 사업에도 차은택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에 참석해 “송현동 부지는 너무 귀한 땅인데 호텔을 짓는 건 안 된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문체부나 심지어 대한항공 회장이 찾아와 케이 익스피어리언스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너무 엉성한 계획이어서 누가 한 것인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차은택이 연관돼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도 요구를 받아서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국정농단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5월 문체부의 실장 한 사람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행정 제2부시장을 찾아 왔고, 8월에 조양호 회장이 박 시장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영화인 요청 받아 시네마테크를 만드는데 (행정자치부)중앙투자심사에서 정부가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서울시에서 하라는 결론이 났다”며 “정작 문체부는 서울에 시네마테크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런 결론이 난 것이 (블랙리스트와)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네마테크 사업은 두 차례 심사에서 탈락하고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박장열 서울연극협회 회장과 서울연극영화제 지원을 하는데 장소(아르코)를 안 빌려 줘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박 회장이 블랙리스트에 있었고 아마 저도 있었던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 이런 짓을 계속 해온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며 (남경필)도지사는 부르고 나는 부르지 않았다”며 “(기업)등을 쳐서 하는 게 무슨 창조경제냐”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또 청와대가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에 올라 중앙정부 무대에 (작품이)오르지 못한 작가에 작품 지원을 해주는 일이 이 단계에서 굉장히 필요하다”며 “(토론회)현장에 나온 서울시 관계자들이 염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분들은 창조적 열정과 사회 예술가로서의 본질적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 명단에)오른 것”이라며 “예술인들은 얼마 안 되는 지원금에 의존해야 하는 환경에 직결돼있기 때문에 보조금 없이도 창작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더 집중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극평론가인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블랙리스트 관련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연극배우 오현경이 데뷔 60년을 맞아 대표작 ‘봄날’을 무대 올리려 했으나 연출가인 이성열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에서 배제돼 대신 ‘언더스터디’를 60주년 기념작으로 공연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봄날’을 서울시에서 올리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또 블랙리스트에 올랐거나 블랙리스트 검열 당시 현장에서 압력을 받았던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노찾사 ‘사계’ 가사의 ‘미싱은 잘 도 도네 돌아가네’가 요즘 ‘미신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로 들린다”며 “블랙리스트를 한국어로 바꾸면 ‘돈 주면 안 되는 애들’이다. 돈 줄을 조이고 푸는 방식으로 얼마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연상호 영화감독은 “독립영화 분야의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는 실제적으로 효과를 본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영상위가 서울시 소속인데 부산시 독립영화제작지원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지원금이 적다.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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