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선이 끝났다. 예측을 뒤엎은 결과로 충격을 받은 사람도 많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난히 관심을 끈 것은 Trump의 막말이나 직설적 언어였을 것이다. 선거는 ‘언어를 통한’ 민주 절차이기 때문에 TV토론이나 선거 유세가 있을 때마다 언어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출마자들의 언어와 몸 동작을 분석하고 이를 승리의 변수와 연계한다. 이번에도 출마자들의 body language에 대한 그간의 뒷공론을 정리해 보자.
지난 9번의 미국 대선에서 눈을 빨리 깜빡이는 후보가 패배했다고 한다. 한 가지 예외는 2000년 선거에서 George W. Bush였는데 그는 투표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로 최종 승자로 결정된 케이스다. 당시는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그리고 지난 112년 만에 처음으로 후보자들이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표를 얻지 못해 결국 대법원 판결 5대 4로 Bush가 대통령이 된 경우이므로 제스처 분석에서는 제외한다.
이번 대선을 보면 Hillary는 1분당 40번을 깜빡인 반면 Trump는 64번 깜빡인 것으로 나왔다. 보통 사람은 1분당 20~50회 깜빡이는데 Trump가 다소 많았던 것이다. Hillary의 제스처는 잘 절제되고 안정적인 데 반해 Trump는 머리를 많이 움직이며 상당히 신경질적이 모습이었다. TV 토론이 시작되기 전의 분석에서도 Trump는 머리를 자주 움직이거나 흔들어 불안정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Hillary는 토론 중 스트레스를 받아도 눈 깜빡임이 최대 55회로 보통 사람보다 약간 많은 정도였지만, Trump는 69회일 때도 있었다. 공화당 후보가 되기 전 당내 경선에서도 경쟁자 Ted Cruz보다 두 배 더 많이 깜빡였다. Trump가 유리한 몸 동작은 싫으면 싫은 표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는 점. Hillary는 눈을 아래쪽으로 향한 것이 9회였는데 Trump는 3회뿐이었던 것도 긍정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소통 방식에서는 Trump가 better communicator라는 분석도 있다. 그가 Reality TV에 14년 동안 출연한 것이 몸에 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Hillary는 억양에 남부 색채가 있는 반면 Trump의 영어 억양은 Queen’s accent에 가깝기 때문에 ‘That’s Donald Trump’라는 이미지 각인에 도움이 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제스처로 보면 TV가 몸에 밴 것은 사실이지만 말 내용(content)은 다소 부실하고, 언어는 엉성하고 거칠었으며, 세련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말의 내용과 더불어 중요한 포인트는 진정성(authenticity)이다. Hillary가 진정성 면에서 Trump보다 뒤졌다는 것은 의외의 분석이다. 국무장관을 역임한 힐러리는 외교관의 노련함과 국정 경험이 풍부하지만 그런 배경이 오히려 솔직 담백한 표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진 것이다. 진정성은 대부분 I-words라고 부르는 1인칭을 많이 쓰고 현재 시제와 비교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Hillary가 이메일 사건으로 정직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과 더불어 관련 문제가 나오면 회피하기 바빴던 것도 사실이다. 수세에 몰릴 때 ‘언어는 유창하지만 덜 정직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반해 Trump 특유의 직설적이고 거친 말투는 성추문이나 관련 증언이 나왔음에도 ‘솔직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면에서 처음부터 Hillary보다 앞섰다는 분석이다.
분석적 사고력도 차이가 난다. Hillary는 현안이나 이슈를 놓고 토론할 때 처음부터 Trump보다 더 분석적이고 섬세한 면이 돋보인 데 반해 Trump는 숫자나 사실관계보다는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며 캐주얼한 제스처로 대응했다. 언어면에서 보면 Hillary는 낙관적인 언어와 분석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Trump는 비관적인 언어, 직관적 언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그의 언어 속에서 미국은 문제가 많아 개선해야 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Trump는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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