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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내 집에서 나이들기(Ageing in place)

입력
2016.11.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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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103세로 세상을 뜬 친구 시모님 장례에 다녀왔다. 103세가 되도록 당신이 수십 년간 사셨던 그 터, 그 집에서 지내시다가 숯불 사위듯이 가셨다. 물론 2층에서 아들 내외가 살면서 보살펴 드리고는 있었다. 마지막도 아드님과 며느님 앞에서 문자 그대로 숨을 멈추셨다. 참으로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쁜 죽음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여기저기 줄을 꽂고, 괴로운 나날을 정신 놓고 보내다가 의료기에서 번득번득 비추는 불빛과 삐뻐 거리는 의료기 소리 속에서 숨을 거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죽음뿐이랴. 노후의 삶도 더더욱 익숙하고 정든 내가 살던 내 집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늙은 나무를 옮겨다 심으면, 새 땅에 뿌리내리기가 버거워 나무는 시름시름 하기 일쑤고, 까닥하다가는 고사하기 쉬운 이치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근년에는 노인들이 무슨무슨 시니어타운이니 하는 곳으로 들어가는 게 유행처럼 돼 버렸다. 양극화는 노인 세계에서도 예외 없이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누구는 돈이 많아서 고급시설로 치장된 양로원으로, 누구는 돈이 적어서 싸구려 시설의 양로원으로 들어간다. 호화롭게 치장한 시니어 타운에 들어갈 수 있는 극소수의 노인들은 모두 행복할까. 다른 한 편에서는 자기들 살기도 버거워 마치 안 쓰는 물건 버리듯 노부모를 시설에 내 맞기는 족속들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년 자신들이 홀로 사는 게 버겁고, 일상이 귀찮아서 기관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덜컥 시설에 들어가 놓고는 되돌아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걸 알았을 때, 말도 못한 채, 실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이 왜 아니 없겠나. 이런저런 사연으로 노인들이 시설로 몰려가는 게 지난 몇십년 추세다.

이처럼 우리는 지난 몇십 년간 시설 서비스를 받아 보았다. 그 결과 거리거리 요양병원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고, 이런저런 양로시설 광고지를 종종 받아 보는 지경이 되었다. 나라에서 노인에게 주는 보조금을 노려서 마치 노인이 인간이기보다 사업 미끼로 여기는 노인 상대 사회사업자도 볼 수가 있다.

나이가 들고 병이 있다고 덮어놓고 시설에 들어가고, 수용되고, 단체생활을 하면서 길고도 길어진 노후생활을 획일적으로 보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유행 따르듯 시설에 입소해서 사는 삶은 사양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노년이 사는 집은 아닌 게 아니라, 노인이 살아가기에는 위험천만한 곳이기는 하다. 노인에게는 암이니 하는 병보다 더 위험하고 절박한 것이 낙상, 즉 넘어져 다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네 사는 집은 곳곳이 노년들이 장애물 경주를 하듯 피하고 넘어야 할 장애투성이다. 이런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집안 일부 개조해 주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를테면, 낙상을 피하기 위하여 욕실이나 바닥을 미끄럼방지용 깔개로 덮고, 모든 문턱을 없애고, 다니는 벽면마다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 거기다가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왔을 때는, IT 강국답게 노인에게 부착된 손목밴드나 펜던트를 통해 즉각 가족과 응급시설에 연락이 가도록 하는 개인응급응답시스템(PERS)을 설치할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설치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도 배워 올 필요가 있다.

놀랍게도 서울시가 세계 복지기구의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단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노인 서비스를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해오던 시설서비스중심에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전환해 노인들이 개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볼 때가 왔다.

획일적이고 몰개성적인 시설입소보다는 사생활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내 집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고광애 노년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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