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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주도권 거머쥔 국회… 노무현 탄핵 때보다 힘 더 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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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주도권 거머쥔 국회… 노무현 탄핵 때보다 힘 더 세졌다

입력
2016.1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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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탄핵안 가결 땐 국회가 대통령 힘 빼기 시도

지금은 위기 빠진 대통령이 권한 내려 놓고 도움 요청

당리당략 따라 움직이면 여론 질타 ‘양날의 검’ 지적도

2004년 3월11일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본회의 사회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이해찬 신기남 유시민 김부겸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박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2016-11-08(한국일보)
2004년 3월11일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본회의 사회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이해찬 신기남 유시민 김부겸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박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2016-11-08(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국정의 무게추가 국회로 이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인 대통령이 총리 지명 권한을 국회에 넘긴데다, 역대 누구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할 차기 총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 의견을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현 20대 국회 상황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16대 여소야대 국회와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켰던 16대 국회는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극단적인 여소야대 구도였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270명 중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을 제외한 야3당(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자민련)과 무소속 의원 등 195명이 투표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재적의원의 3분의 2를 넘었던 야권이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회 권력으로 대통령에게 본때를 보이자는 게 이유였다”고 “한나라당이나 자민련은 2003년 2월 취임 이후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당을 쪼갠 노 대통령을 죽도록 미워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입법부의 권력 행사로 행정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아 국정을 운영하긴 했으나, 각 부처 관료들은 탄핵 소추 결과를 기다리며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야권 관계자는 “고건 권한 대행이 주로 총리 집무실에서 근무했는데, 새 정책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부가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은 텅 비어 있었다”며 “대부분의 관료들이 복지부동이었고 일부는 야당의 요구 사항을 챙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지금의 20대 국회는 당시 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노 전 대통령 탄핵은 국회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힘 빼기에 나선 것이지만, 지금은 위기에 빠진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일부 내려 놓으며 국회의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며 “더구나 여당인 새누리당의 내홍도 심각한 상태라 내년도 예산 심사나 각종 정책 방향에서도 야권의 목소리에 훨씬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국회를 주도하는 야권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입법부가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일 경우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으며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된 후 여론은 “노 대통령이 잘못은 있지만 탄핵까지는 아니다”라는 쪽으로 쏠려 한 달 뒤인 4월 15일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47석이던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넘는 152석을 얻으며 승리를 거뒀다. 반면 여론의 흐름을 꼼꼼히 읽지 못했던 한나라당(121석), 민주당(9석), 자민련(4석)은 ‘여론의 역풍’으로 완패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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