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ㆍ40대 젊은 실수요자들
개인공간 중시 성향 반영해 진화
넓은 침실공간ㆍ드레스룸 포기
중견 건설사 중심 특화설계 붐
발코니를 안방에까지 붙이기도
반도건설이 6월 분양한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10.0’ 전용면적 59㎡ B타입은 대표적 소형평형인데도, 안방 침대 공간 뒷편을 서재로 꾸몄다. 입주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넓은 침실공간, 드레스룸을 포기하고 대신 창이 있는 서재 특화 공간을 설계한 것이다. 이 타입은 전체 가구 평균 경쟁률(평균2.79대 1)과 비교도 안되는 211.5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GS건설이 분양중인 경기 평택 ‘자이 더 익스프레스 3차’는 안방 드레스룸을 남녀별로 분리했다. 아내와 아이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나만의 전용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아빠들의 요구를 반영해 드레스룸 공간을 넓힌 것이다. 전용 84㎡ 타입의 경우 미니서재까지 꾸밀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안방이 진화하고 있다. 주로 잠 자는 데만 사용됐던 공간이 옷장, 드레스룸뿐 아니라 취미생활까지 즐길 수 있도록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안방에 독립공간을 구성하는 아파트가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스터 파우더장’(파우더룸+드레스룸), ‘그루밍 드레스룸’(남성 전용), ‘룸테라스’ 등 붙이는 명칭도 그럴싸하게 다양하다.
안방에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건 중견 건설사들이다.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특화설계로 극복해 보겠다는 발상에서다. 반도건설은 2014년 세종시에 공급한 ‘세종 반도유보라’에 안방 드레스룸을 넓혀 여성용 화장대와 서재 공간을 나누는 실험을 했다. 이 아파트는 여가를 집에서 즐기려는 남성 분양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자 반도건설은 이어 분양한 동탄2 시범단지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4.0’ 전용 96㎡ 타입 안방에 알파룸을 추가 배치했다. 세종시에서는 안방 드레스룸에 공간 분리만 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별도 서재로 쓸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알파룸)을 추가로 마련한 것이다.
금강주택이 지난 8월 선보인 ‘다산신도시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Ⅰ’은 전 가구의 안방에 테라스를 조성해 정원, 텃밭 등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나만의 텃밭 가꾸기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것에 착안, 아예 테라스를 아파트 공간에 끌어들인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점차 안방 전용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롯데건설은 자신을 꾸미는데 관심이 많은 남성들을 가리키는 ‘그루밍(grooming)족’에서 따온 명칭인 그루밍 드레스룸을 안방에 설치해 남성전용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구성한 단지(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를 선보였다. 안방에 부부가 취미를 즐길 수 있도록 서재, 다도실 등을 배치한 단지(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태전2차’)도 있다.
또 중심 구조벽만 설계해 소비자가 직접 안방공간의 내부 배치와 구도를 선택할 수 있는 단지(대림산업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도 나왔다. 이는 발코니를 안방에까지 붙인 설계를 적용한 덕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기존 거실과 주방 등 주택 앞ㆍ뒷면에만 들어갔던 발코니를 안방 옆 측면에 추가로 붙여 서비스 면적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공간 설계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안방의 변화는 주택시장이 30ㆍ40대 젊은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며 개인공간을 중시하는 성향이 짙어진 데 따른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앞으로 10년, 주거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거실 확대를 중시했지만 그들의 자녀세대는 개인공간 확대를 더 높게 요구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포애드원의 신경희 팀장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 수요자들은 취미 및 여가 등을 즐기기 위한 공용 공간이나 작업실 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존 아파트들의 안방은 거실 대용으로 넓게 설계되는 게 특징이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1978년 4월 입주) 전용 76㎡의 안방은 16㎡로 작은방(8㎡), 거실(홀포함 24㎡), 주방(9㎡) 등보다 상대적으로 넓다. ‘압구정현대사원아파트’(1987년 4월 입주) 전용 105㎡도 안방과 거실의 면적이 각각 18㎡로 같다. 가족들이 모여 TV도 보고, 손님도 맞는 공간으로 안방이 다양하게 활용된 탓이다.
그러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 공간(드레스룸 등)이 들어섰고, 그 이후 자녀들이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풍토로 바뀌자 가변형 벽체나 발코니 확장 등으로 자녀방은 늘리는 대신 안방 면적은 줄어들기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방은 입주자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표적 공간이라, 트렌드에 따라 앞으로도 다양하게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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