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대 부모 살인죄로 기소
생후 66일 된 딸을 제대로 먹이지 않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부모가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어머니가 딸을 일부러 바닥에 던지고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천지검 형사3부(부장 최창호)는 숨진 A양의 어머니 B(21)씨와 아버지 C(25)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9일 오전 11시 39분쯤 인천 남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8월 5일 태어난 딸이 영양실조와 폐렴을 앓는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버지 B씨는 딸이 사망한 당일 오전 7시 40분쯤 A양이 분유를 먹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다 멈춘 것을 확인했으나 4시간 가까이가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
A양은 3.06㎏의 정상체중으로 태어났으나 9월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다친 뒤에는 분유를 잘 먹지 못했다. A양의 숨질 당시 몸무게는 1.98㎏에 불과해 또래 정상 체중 5~6㎏에 크게 미달했다.
어머니 B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실수로 딸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분유를 먹이려고 했으나 10월 감기에 걸린 뒤 제대로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추가 조사에서 B씨 부부로부터 “딸이 죽도록 일부러 방치했다”고 진술을 받았다. B씨는 통합심리검사에서 “딸에게 줄 분유를 타는데 딸이 계속 울어 화가 나 양손으로 들어 바닥에 던졌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B씨는 원치 않게 생긴 딸을 남편의 설득으로 낳은 뒤 육아 부담 등을 이유로 보육원에 보내려고 하는 등 전혀 애정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확보한 B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출산 후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당일인 8월 10일 ‘식혜도 사. 그게 모유가 안 나오게 하는 거래’라고 남편에게 보낸 메시지가 발견됐다. 휴대전화에선 8월 11일 남편에게 보낸 ‘한달 만 보육원에 맡기지. 내가 원하던 육아도 아니고 원치 않게 하는 육아라 더 하기 싫어’라는 메시지도 나왔다.
아버지 C씨는 딸이 바닥에 던져져 머리뼈 골절상을 입자 아내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B씨도 딸이 다친 뒤로는 분유를 주지 않았다. C씨는 퇴근 후에 딸에게 조금씩 먹이던 분유도 지난달 7일부터는 전혀 주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영양실조 상태인 딸을 그대로 두면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홀로 남은 첫째 아들(2)을 양육해야 하는 점이 고려돼 경찰에서 불구속 입건된 B씨도 아들이 보육원에 입소한 뒤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 부부가 아들을 학대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아 친권 상실을 청구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내년에 B씨 부부의 아들에 대해 심리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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